임대료 깎아달라는 '차임감액청구권' 있으나마나

2020-03-11 10:24:52 게재

감액 받으려면 소송해야, 전례 없어

법률상 감액 구체적 기준 마련 필요

코로나19로 상가 임차인들이 막대한 영업상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차임감액청구권도 사실상 행사되기 어려워,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줄여주지 않는 한 구제가 어렵다. 천주현 변호사는 11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전염병 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입는 경우를 반영해 차임감액청구권 규정을 입법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산한 출근길 문 닫은 가게'│5일 오전 대구시 중구 중앙로 지하상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임시 휴점을 하며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천 변호사는 "차임감액청구권에 관한 사례는 대법원 종합법률정보나 법제처 자료, 그간의 판례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차임감액청구권이 임차인에게 존재하지만 결국 실효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가임대차법 제11조는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 사정 변동으로 인해 상당하지 않게 된 경우에 당사자는 장래의 차임 또는 보증금에 대한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증액의 경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피해를 상가임대차법상 '경제 사정 변동'으로 봐 실제 소송에서 감액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 관계자는 10일 "특별한 사유 없이 감액이 쉽지 않다"며 "천재지변 등 특수한 조건이 있지 않는 한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피해에 대해선) 승소는 물론 소송 자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 별 변호사는 "임차인이 코로나19로 도산에 이를 지경이 됐고, 이런 경우가 해당 지역에 일반적인 경우 소송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면서도 "법원이 다소 보수적인 편이라 일반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지역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인용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소송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상가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상가임대차법상 차임감액청구권이 실제로 거의 쓰이지 않는 것이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차임감액이 인정된 고등법원 판례가 하나 있다. 전 변호사는 "이 사건은 당초 계약했던 야외수영장 및 강당 공사를 완공하지 못했고, 임차인이 사용 수익에 제한을 받았다는 것이 감액청구를 인용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법원은 사용수익이 어려운 경우는 감액을 인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병철 변호사는 "감액청구를 하려면 현저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19 확산이 수그러져) 감액사유가 계속 유지되지 않고 일시적일 것이 예상되는 현재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 변호사는 차임감액청구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 사정 변동으로 인해 차임이 상당하지 않게 된 경우'를 구체적으로 법률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감염병예방법상 일정 수준 이상의 감염병이 전국으로 퍼져 피해를 입은 경우' 등을 예시로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안성열 오승완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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