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기업들 잇따라 투자축소

2020-03-18 10:42:20 게재

지출삭감, 배당축소, 시추중단 발표 … 유가 30달러대론 수익성 못맞춰

북미 셰일가스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북미 석유가스 탐사&생산(E&P) 기업들은 공급과잉과 수요부진 시장상황에 따라 지난해말 이미 '2020년 투자축소 계획'을 밝혔으나 최근 유가가 폭락하자 추가로 투자의사를 억제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미국 천연가스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8일 글로벌 가스업계에 따르면 미국 석유가스 탐사기업 아파치(Apache)는 지난 12일 올해 지출 전망치를 낮추고, 자본투자를 당초 16억~20억달러 규모에서 10억~12억달러로 축소하기로 했다. 분기별 배당금도 90% 줄였다. 아파치는 당분간 퍼미안분지의 모든 시추 활동을 중지한다.

옥시덴탈 패트롤리엄, 다이아몬드백에너지 등 수많은 미국 셰일가스업체들도 이달 들어 지출 삭감, 배당 축소, 시추 중단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감산 참여국들(OPEC+)의 추가감산 합의 실패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로 급락하자 내놓은 조치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유가는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달 4일(현지시간)만 해도 배럴당 46.78달러였으나 6일 열린 OPEC+ 장관급회의에서 합의에 실패한 후 9일 31.13달러로 폭락했다. 이어 16일 28.70달러로 30달러대가 붕괴된데 이어 17일 26.95달러로 장을 마쳤다.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날 올해 1분기 WTI는 배럴당 22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추가감산 합의에 실패한 후 감산을 통한 가격방어를 포기하고, 시장점유율 확보 전략으로 선회한 점은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2014~2016년 있었던 '가격전쟁' 재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북미 E&P기업들의 추가 투자축소는 저유가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유정을 새로 뚫는데 배럴당 31달러 유가로 E&P기업들이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면서 "엑슨모빌, 쉐브론, 옥시덴탈, 크라운퀘스트 정도의 글로벌 대기업을 제외하곤 유가 30달러대에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과거 대규모 차입을 통해 생산활동을 영위하던 북미 E&P기업들은 최근 시황으로 재무상황 악화, 외부 신규 자금조달 난항 및 부채상환에 직면했다"면서 "석유·가스 생산량 증대보다 수익확보에 중점을 두는 기업들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IHS는 "수익확보를 기업목표로 삼던 미국 중소형 E&P기업의 비율은 2015~2016년 약 10%에 불과했지만 2019년 67%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가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천연가스 시장은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으로 가격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E&P기업들이 수익확보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고 투자축소 계획을 세웠다"면서 "여기에 올 3월 들어 저유가 상황이 도래하면서 이들은 가스생산을 더 줄일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 가격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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