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물 만난' 가정간편식 … 히트 상품 '4품 4색'

5분이면 한상 차림, 균형잡힌 식단 근접

2020-04-17 11:01:21 게재

식품도 '가시비' 선호 강해져 … 기업 실적방어에도 효자

가정간편식(HMR)으로 한끼 식사가 가능한 시대다. 전자레인지에 1~2분 데우기만 하면 끝이다. 두 세가지 반찬을 놓고 먹을 경우 밥상차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줄잡아 5분 안팎. 가시비(가격 대비 시간) 최고의 제품인 셈이다. 여기에 생선구이까지 구현해 냈을 정도로 품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부에선 HMR로 식단 균형까지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잘 고른 HMR 하나가 열 반찬 한정식이 부럽지 않을 시대가 머지 않아 보인다. 식음료회사에 HMR은 이제 '필수템'이다. 발효유 회사 야쿠르트, 유제품과 아이스크림 회사 빙그레까지 HMR을 팔고 있을 정도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매출이 줄고 있지만 HMR 수요는 늘고 있다. 식음료업계 효자상품으로 떠오를 판이다.

오뚜기 카레, 비비고생선구이. 동원홈푸드 더반찬 모바일 주문창. 신세계푸드 올반한잔할래(위부터 시계방향.


◆CJ제일제당 '비비고 생선구이' = 수산 HMR인 '비비고 생선구이'가 잘나간다. '집밥'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비비고 생선구이 지난달 매출은 2월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판매량은 41만개를 넘었다.

온라인이나 편의점에서 반찬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비비고 생선구이' 온라인 판매 비중도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렀다. 편의점에서 매출도 전월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CJ제일제당은 간편식 중에서 '건강하고 균형 잡힌 한 끼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고단백 제품인 비비고 생선구이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조리시간을 줄여주는 '가시비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다.

빠른 배송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HMR 역시 짧은 조리시간을 선호하게 됐다는 얘기다. 실제 '비비고 생선구이'는 전자레인지 1분 조리로 완성되는 '가시비' 높은 제품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온라인에서 '비비고 생선구이'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CJ제일제당이 지난달 포털 사이트에서 '비비고 생선구이'를 검색한 건 수를 확인한 결과, 4만건에 달했다. 평월 대비 10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그동안 대형마트에서 생물 생선을 구매해 직접 조리해 먹던 소비자들이 새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생선구이 고객 평점은 4.8점(5점 만점)을 기록할 만큼 높은 만족도를 자랑하는 제품"이라며 "가족 단위 소비자를 위해 다양한 어종의 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배달 서비스 업체와 협업해 1인 가구를 위한 '비비고 생선구이'를 넣은 한끼 세트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뚜기 '카레' = 오뚜기 대표적인 가정간편식은 카레다. 오뚜기 창립제품이자 51년간 국내 카레시장 1위 자리를 지킨 제품이다. 카레 특유 노란색 '강황'은 노화방지와 치매예방은 물론 항암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카레는 다른 양념을 넣지 않아도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다. 오뚜기는 최초 분말형태 카레를 개발해 국내에 선보였다. 2004년에는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액상형 레토르트 형태 카레를 선보였다. 강황 함량을 50% 이상 증량하고 베타글루칸과 식이섬유가 더 풍부한 '백세카레'를 출시해 시장을 선도했다. 물에 더 잘 녹고 더욱 새로워진 과립형 카레를 2009년 선보였다. 수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오뚜기 과립형 카레는 물에 개는 번거로움이 없이 바로 넣고 끓여도 덩어리가 지지 않고 잘 풀어지는 제품이다.

2012년에는 '발효강황카레'를 출시했다. 2014년에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렌틸콩을 주원료로 한 '3분 렌틸콩카레'를 내놓았다. 다양한 소비자 입맛을 맞추기 위해 '3분 인도카레 마크니' '3분 태국카레소스 그린' 분말카레인 '맛있는 허니망고 카레'와 '맛있는 버터치킨 카레'도 선보였다.

2017년에는 숙성소스와 다양한 향신료를 직접 갈아 만든 '오뚜기 3일 숙성카레', 지난해 12월에는 어린이들이 다양한 채소를 카레를 통해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한 '오뚜기 어린이카레'까지 나오면서 카레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오뚜기는 카레와 관련한 다양한 마케팅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카레요리 시연회, 카레 심포지엄 개최 등을 통해 카레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카레케?떡볶이, 카레볶음밥, 카레스파게티 등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홈페이지와 책자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동원홈푸드 '더반찬' = 동원홈푸드는 '더반찬'으로 가정간편식 시장을 넓히고 있다. 더반찬은 주문과 즉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각종 밑반찬은 물론 국 찌게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문 요리사 요리법을 적용 맛과 선선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동원홈푸드는 더반찬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더반찬 정기배송 서비스는 매번 번거롭게 제품을 주문할 필요없이 매일 각기 다르게 구성된 식단 목록을 보고, 원하는 날짜 상품을 일괄 선택해 주문하는 서비스다. 주문은 한 번에 최대 4주 분량까지 가능하며 배송 당일 새벽에 받아볼 수 있다. 1~2인 소규모 가족을 위한 싱글세트와 3인 이상의 패밀리세트로 구성돼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주문할 수 있다.

더반찬은 최근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또 더반찬은 수도권 새벽배송을 주 5일에서 주 6일로 확대했다. 간편결제시스템인 '더반찬페이'를 개발해 좋은 반응도 얻고 있다. 온라인 반찬시장에서 최초 시도다. 고객은 더반찬페이에 신용카드 등록을 하면, 결제시 별도 정보입력없이 비밀번호 입력만을 통해 간편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모바일 홈 화면 또한 새롭게 개편했다.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화면 구성을 수정했다. 제품 정보 또한 더욱 정확하고 간결하게 정리해 소비자 편의성을 강화했다.

더반찬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강화한 이후 월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여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 '올반 한잔할래'= 신세계푸드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회식이 줄고 '홈술'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홈술족을 겨냥한 안주 HMR을 생각해 냈다. 특히 다양한 주류를 갖췄을 뿐 아니라 뛰어난 접근성과 간단한 안주거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의점을 판매루트로 삼았다. 홈술족을 위한 전초기지라는 판단이었다.편의점 GS25와 손을 잡았다.

실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1~2월 편의점 업계 맥주 매출은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GS25 1~2월 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12.3%, 이마트24는 26.8% 증가했다. 그래서 탄생한 게 '올반 한잔할래 감바스' '불난마늘족발' '동파육' 등 요리형 안주 3가지다.

'올반 한잔할래 감바스'는 새우의 탱글탱글한 식감과 마늘, 올리브유의 풍미가 어우러진 스페인 대표 요리 감바스를 간편식으로 구현했다. 기호에 따라 빵 또는 면을 소스에 넣어 먹으면 든든하고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올반 한잔할래 불난마늘족발'은 먹기 좋게 뼈를 발라낸 족발을 당귀 감초 등을 넣은 비법 육수에 푹 삶아냈다. 잡내가 없고 담백한 맛이 특징. 맥주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매콤 소스와 튀긴 마늘 조각이 함께 들어있다. 깔끔한 매운 맛을 낸다.

'올반 한잔할래 동파육'은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의 돼지고기와 진한 동파육 소스가 어우러져 정통 중화요리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아삭한 식감의 시금치가 조화를 이루며 담백하고 깔끔한 뒷맛을 느낄 수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을 기피하고 홈술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소포장 안주류 간편식의 인기가 뜨겁다"며 "요리형 안주류 간편식을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푸드 1분기 실적은 부진하다. 매출은 2900억원대로 전년동기 대비 7% 정도 감소하고 30억원대 영업손실(적자전환)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단체급식과 외식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단, 이 기간 HMR 판매는 20% 이상 성장했다. HMR이 식품기업 실적방어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석용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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