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진입하는 P2P금융의 명암 | ① 투자위험

P2P업체 8곳 연체율 100% … 금융당국, 개인 투자한도 제한

2020-04-22 11:45:53 게재

연체·부실 우려 커지면서 규제 강화 … 업계 "생존 자체 어려워진다"

P2P금융을 규제하는 법률의 8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연체율이 100%에 달하는 P2P업체가 8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P2P업체 140곳의 평균 연체율이 15%를 넘어가면서 지난달 금융당국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데 이어, 코로나19사태의 영향으로 최근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P2P업체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2일 P2P업체 미드레이트에서 취합한 140개 업체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연체율이 100%인 업체는 △더좋은펀드 △빅파이펀딩 △이룸펀딩 △리얼코리아펀딩 △애플펀딩 △이디움펀딩 △세움펀딩 등 8곳이다. 루프펀딩과 팝펀딩도 연체율이 각각 99.7%, 94.26%에 달했다.

연체율은 연체가 발생한지 30일 이후 상품에 대한 대출잔액 대비 연체금액을 말한다. 연체율 100%는 모든 투자상품에서 연체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연체율이 30%를 넘는 P2P업체들은 19곳으로 대부분 신규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30%를 넘어가면 투자자들이 모이지 않기 때문에 신규영업을 하기 어렵다"며 "채권은 살아있지만 채무자가 상환능력이 없거나 파산한 상태"라고 말했다.

P2P업체들의 평균 연체율은 21일 기준 15.7%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P2P대출상품이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점을 분명히 인식해 투자자 유의사항을 숙지한 후 자기 책임 하에 투자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P2P업체 중 8~9곳에 대해 법정 최고금리(연 24%)를 초과해 이자를 받은 혐의로 제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P2P업체들은 대출금리에 더해서 중개료인 '플랫폼 수수료'를 받고 있어서 연 24%에 육박하는 대출일 경우 관련 비용을 모두 합치면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


◆'투자한도 축소' 강력 반발 =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와 대출받는 사람을 연결하는 금융서비스인 P2P대출(peer-to-peer lending)을 법제화한 게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로 일명 '온투법'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P2P업체를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편입시키지 않고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규제했지만 P2P업체의 불건전 영업행위와 사기·횡령 사고가 잇따르면서 법률이 제정됐다.

법률을 통해 P2P에 대한 집입규제와 영업규제가 마련됐지만 금융당국은 일반 개인투자자의 투자한도를 대폭 낮췄다. 당초 시행령에는 개인투자자의 투자한도를 P2P투자 전체에 대해 5000만원, 부동산은 3000만원으로 정했지만 이후 마련한 감독규정에서 전체 투자한도를 3000만원, 부동산은 1000만원으로 낮췄다.

금융당국은 "시행령의 투자한도를 최고 투자한도로 규정하지만, 우선 감독규정을 통해 투자한도를 낮춰 운영하고 향후 P2P업의 건전한 성장과 이용자 보호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소상공인·개인신용 대출의 연체·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투자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다수 제기됐다"고 강조했다. 결국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한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P2P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P2P업체의 한 대표는 "시행령에 5000만원을 한도로 뒀지만 업계에서는 더 늘려줄 것을 기대했다가 낮아지니 황당해하고 있다"며 "투자금액을 제한함으로써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은 1차원적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한도를 제한하면 업계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고 새로운 업체들의 진입이 끊기게 될 것"이라며 "제도권 금융회사로 편입되는 만큼 한도 제한을 풀고 투자자보호를 위한 다른 감독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P2P업체 잇따른 사고, 옥석가리는 금융당국 = 금융당국의 우려는 P2P업체의 잇따른 사고와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가능성 때문이다. 연체율이 100%인 더좋은펀드와 루프펀딩은 사기혐의에 연루돼 투자가 끊기고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더좋은펀드는 누적대출액이 471억원 규모의 업체로 경영진이 대출상품을 허위공시해 투자금을 조달했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드러나 지난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루프펀딩 전 대표도 대출금을 받은 건설업체 대표가 다른 용도로 자금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사기를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다.

2018년 금감원은 P2P 연계 대부업자 178개사를 대상으로 P2P 대출 취급실태를 점검한 결과 20곳에 대해 사기·횡령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당시 수사를 받은 P2P업체 아나리츠의 경우 피해자가 4000명 발생했으며 루프펀딩은 8000명, 폴라리스펀딩은 500명이 피해를 입었다.

금감원은 법정한도를 초과해 고금리를 받은 혐의로 P2P 연계 대부업자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P2P업체는 현재까지 정식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검사·제재대상은 아니다. 다만 2017년 대부업법 개정으로 P2P업체는 투자자와 차입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대출업무를 하는 연계 대부업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시켰다. 금융당국은 연계 대부업자를 검사·감독함으로써 P2P업체를 간접적으로 규제해왔다.

금감원은 온투법이 시행되는 8월 이전에 연계 대부업자들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방침이어서 제재를 받은 대부업자와 연계된 P2P업체는 금감원 등록심사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등록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P2P업체는 8월 이후부터 신규영업이 중단되기 때문에 사실상 기존 대출을 정리한 뒤 문을 닫아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등록심사를 통과한 업체라도 추후 최고금리를 초과한 대출이 발견될 경우 제재 대상이 되기 때문에 등록심사 이전에 관련 대출을 정리해야 한다"며 "법이 시행되면 업체들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이뤄져서 투자자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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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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