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경기회복 … 채권시장 강세, 하반기에도 이어질 듯

2020-05-11 12:10:26 게재

미중 무역갈등 재발 우려 ·주요국 경기지표 부진 이어져

국고채 금리 역대 최저 … 외국인 채권보유 사상 최대치

한국은행 추가 기준금리 인하 및 국채 매입 기대감 반영

지난주 국내 채권시장은 강세장을 보였다. 국고채 1년과 3년 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을 포함해 일부 지역의 경제재개 기대감이 시장에 안도감을 줬지만 미중 무역갈등 재발 우려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시장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경기지표 부진도 이어졌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와 국채 매입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전문가들은 더딘 경기 회복과 전세계 고용 부진 장기화 위험 등으로 채권시장 강세현상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고채 3년물, 1%대 밑돌아 =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2bp(1bp=0.01%p) 내린 연 0.914%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1.426%로 5.4bp 하락했다. 5년물과 1년물은 각각 4.3bp, 1.5bp 하락한 연 1.166%, 연 0.819%에 마감했다. 20년물은 연 1.540%로 5.8bp 내렸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6.2bp, 6.3bp 하락해 연 1.558%로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과 10년 금리는 전주대비 각각 7.2bp, 6.5bp씩 하락했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규모 추경 편성에 따른 수급 부담으로 상승폭을 확대했던 장기물 금리는 경기 하강 우려를 반영하며 다시 떨어졌다. 10년물 금리는 4월초 이후 처음으로 1.5%를 하회했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 금통위를 3주 앞둔 상황에서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와 국채 매입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국고채 3년물은 1%대를 다시 밑돌았다"며 "특히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수세가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1만181계약 순매수했다. 전주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단기금융시장의 대표 금리인 기업어음(CP) 금리도 한 달반 만에 연 1%대로 떨어졌다. CP 금리(91일물)는 8일 기준 연 1.98%를 기록했다. CP 금리가 연 1%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 3월 25일(연 1.87%) 이후 44일 만이다. 기업의 중장기 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 금리도 하향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달 28일 연 2.224%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이달 8일에는 연 2.182%까지 내려왔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국고채 금리 하락은 채권 강세장을 이끄는 요소다. 채권 강세장이 본격화되면 국채 가격 상승이 우량 등급의 회사채 가격의 상승을 유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동안 커졌던 채권 시장의 신용스프레드를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반기 경기전망 눈높이 낮춰 = 지난주 글로벌 채권 시장은 강보합세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33개주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 경제활동 재개가 시작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악화되는 미국의 고용지표와 미중 갈등의 재점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코로나발 고용충격은 2008 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크게 늘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4 월 비농업 고용은 2050 만명 감소했으며 실업률은 14.7% 를 기록했다. 이번주에 후반에 발표될 미국의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1.5%,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도 전월의 71.8 에서 더욱 악화된 68.5 로 예상되고 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주도 채권시장의 강세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말사이 국내 지역사회 코로나 감염자수가 다시 확산될 우려가 높아지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이 완화된 지 불과 이틀 만에 감염자수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내수 및 경기 회복 속도를 재차 늦출 수 있어 국내 위험자산 선호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해 지난주 채권시장의 강세 흐름을 이어나가게 할 것"으로 말했다. 코로나발 고용충격은 2008 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크게 늘었다.

채권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전망에 대한 눈높이도 낮추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GDP 큰 폭 훼손과 더딘 경기 회복, 전 세계 고용 부진 장기화 위험, 올해 2차 팬데믹 확산 여부 등으로 인해 하반기 경기회복은 녹록치 않다"며 "국내 2분기 수출실적 악화와 고용 부진 장기화, 재정정책과의 공조 감안할 때 한국은행이 5월 또는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0.50%로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12개 증권사 설문조사 결과 5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경우는 58%로 집계됐다.

지난달 신임 금통위원 임명을 반영한 설문조사에서도 5월 금통위에서 0.25%p 금리인하를 예상한 증권사는 7곳, 금리동결을 예상한 곳은 5개사로 나타났다. 새로운 금통위원들의 통화정책 성향 및 국내외 경제여건 등을 감안할 때 5월 금통위에서 추가로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 5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은행 경제전망 수정에서 경제전망치 대폭 하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통위원들의 통화정책 성향이 금리인하를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지난달 채권 발행규모는 금융채, 회사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전월대비 1.8조원 증가했다. 발행잔액은 국채, 금융채, 특수채 등 순발행이 29.2조원 증가하면서 2129.8조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채권 순매수 규모를 확대했고 국내 채권보유 잔고는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외국인의 재정거래 유인이 지속되고 국가 신용등급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및 코로나19의 성공적인 극복 등으로 국채는 5.1조원, 통안채 4.6조원 등 총 10.2조원으로 순매수 규모가 증가했다"며 "외국인은 통안증권 투자를 늘려 국내 채권보유 잔고는 사상 최고치인 140조 8538억원으로, 전월(133조3259억원)대비 7.5조원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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