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해양과학이야기 │⑩파력발전

파도에너지는 세계전력수요 2배

2020-05-25 11:44:02 게재

높은 비용 극복해야

바다는 거대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500kW급 용수시험파력발전소 모습. 사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바다의 파도에너지는 원자력발전소 2000기에 해당하는 2TW(테라와트) 규모다. 세계 전력수요의 2배다. 파력발전은 이를 이용한다.

파력발전은 바다와 인접한 곳에서 할 수 있고 공간제약이 작아 섬이 많은 지역에서 유리하다. 파도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개발돼 왔다. 현재 제안된 장치만 세계적으로 1000개가 넘는다.

파력발전의 종류.


파력발전 장치는 에너지를 흡수하는 원리에 따라 가동물체형, 진동수주형, 월파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동물체형은 파도의 운동에너지를 기계 움직임으로 전환해 기계운동으로 전기에너지를 얻는 방식이다. 진동수주형은 파도의 상하진동이 구조물 안에 갇혀있는 공기를 움직이게 해 터빈회전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얻는 형태다. 월파형은 구조물을 넘는 파도 위치에너지로 수차를 회전시켜 전기에너지를 얻는다.

가동물체형은 파도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직접 전환돼 효율이 높지만 지속적인 운동으로 인해 내구성은 다소 떨어진다.

진동수주형은 공기의 유동에 의한 발전으로 내구성은 좋지만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다. 월파형도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아 많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파력발전은 개발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성능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실제 바다의 극한환경에서 장기적인 성능검증을 해야 한다. 바다에 장치를 설치하고 운용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 아직 상용화단계로 진행되지 못한 상태다.

◆유럽 상용화 접근, 미국 국제기술표준 주도 = 유럽은 가장 앞선 파력발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을 시작으로 덴마크 스페인 등이 개발·운용하고 있는데 현재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상태다. 영국과 덴마크는 가동물체형, 스페인은 진동수주형이다.

덴마크의 가동물체형 웨이브스타(Wavestar)는 2000년에 개념이 도출됐고 1:40, 1:10, 1:2 축척비에 대한 단계적인 발전장치 성능시험을 마쳤다. 1MW(메가와트)급 상용발전장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인의 진동수주형 발전기(Mutriku OWC)는 300kW급 시스템으로 2011년부터 발전을 시작했다. 2018년까지 누적발전량 1.6GWh를 달성했다.

미국은 2010년 이후로 파력발전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보다 효율이 두배 높은 차세대 파력발전장치 개발을 위해 시상식도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산학연 기관이 제안한 발전장치 성능을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REL)가 평가해 경쟁력있는 우수한 발전장치들을 발굴하고, 선정된 기관에 단계별로 상금을 수여하며 기업을 육성하고 산업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파력발전 성능해석 체계 구축, 국제기술표준 수립 등을 적극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정부출연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2000년대부터 연구개발이 추진됐다. 500kW급 용수시험파력발전소(진동수주형)가 구축돼 시험운전을 하며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력공급이 어려운 섬지역에 적합한 방파제 연계형 소형 파력발전장치도 개발하고 있다. 민간 기업에서도 소형 파력발전장치 연구개발과 실해역 성능검증을 일부 추진했지만 초기 투자비용 장벽으로 상용화 수준에는 못 미친다.

◆미래 재생에너지 공급에 파력발전 주목 =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추세에 따라 재생에너지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산림파괴, 자재 생산 및 폐기로 인한 환경오염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파력발전은 개발 및 해체로 발생하는 환경비용이 상대적으로 작아 미래 재생에너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파력발전의 초기 비용과 인·허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실해역 시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실해역 시험장에는 해저케이블, 수배전 시설 등이 구축돼 있는데 인·허가 제약없이 누구나 자신들이 개발한 장치를 낮은 비용으로 시험할 수 있게 한 곳이다. 영국의 이엠이씨(EMEC)는 유럽의 대표적인 파력발전 실해역 시험장이며, 프랑스 스페인 등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도 해양에너지 관련 6개의 실해역 시험장을 운용하고, 3개를 추가 설치하고 있다.

한국도 제주 서쪽 해안에 5MW급 규모의 파력발전 시험장을 구축해 올해 안에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공동기획 : 내일신문·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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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 김경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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