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싸움에 홍콩 등터져’ 한국수출 직격탄

2020-05-29 11:57:18 게재

홍콩은 한국의 수출 4위국

홍콩 수출 98% 중국 재수출

외환 · 항생지수상품 ‘폭락우려’

연합뉴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해온 우리나라 수출에 직격탄이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9일 ‘홍콩보안법 관련 미·중 갈등과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를 내고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4위 수출대상국”이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보고서는 “홍콩으로 수출하는 우리제품 가운데 114%(하역료·보관 료·중개수수료 포함)가 제3국으로 재수출되고 이 중 98%가 중국으로 향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대 홍콩 수출은 지난해 319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5.9%를 차지했으며, 301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홍콩보안법은 홍콩내 반정부 활동 감시, 외국세력의 홍콩내정 개입 금지 등이 주요 내용으로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표결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발탁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1992년 홍콩법을 제정, 홍콩이 자치권을 행사한다는 전제로 비자발급, 투자유치, 법집행 등에서 본토와 달리 홍콩을 특별대우했다. 이는 홍콩이 아시아 대표 금융·물류 허브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무역협회는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게 되면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 추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금융허브 역할 상실로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낮은 법인세와 안정된 환율제도, 항만, 공항 등 국제금융·무역·물류 허브로서 이점을 갖춘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해왔다.

이 조치는 홍콩의 대미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한국의 대홍콩 수출물량 중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비중은 1.7%여서 우리나라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홍콩 제재를 강화해 홍콩을 중계무역 경유지로 활용하기 어려워지면 단기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무역협회는 “국내 반도체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은 물류비용이 늘어나고, 대체 항공편 확보까지 단기적으로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품목은 중국의 통관·검역이 홍콩에 비해 까다로워 수출물량 통관 때 어려움도 예상된다.

미중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달으면서 장기화할 경우 홍콩은 결국 금융 등 허브 기능을 상실할 수 있으며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 역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자본 대탈출을 부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홍콩은 뉴욕·도쿄·런던에 이어 세계 4대 자본시장이다. 2018 년 기준 2315개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3조 9000억 달러(4828조원)에 달한다. 실물경제의 영향과 함께 금융시장 전반에 후폭풍이 우려된다. 29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홍콩항생지수를 좇는 ELS 발행액은 36조 8713억으로 이중 미상환잔액도 20 조원대에 이른다. 홍콩 자본시장을 기반으로 한 외환 상품과 ELS 등 금융상품의 대폭락 사태가 올 수 있다.

반면 미·중 갈등 확대가 한국에 기회요인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대중제재 강화로 수출 경합이 높은 석유화학, 가전, 의료·정밀, 광학기기, 철강 제품, 플라스틱 등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스마트폰,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무역협회는 전망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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