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64% "항의시위에 동조"

2020-06-03 11:16:54 게재

트럼프 대응엔 55%가 부정적 … 29개주에 주방위군 1만8천명 배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미 전역의 대규모 항의시위가 일부 폭력사태로 비화한 것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진압방침을 발표하자 국방부와 법무부 등 관련 부처들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역미군까지 모든 연방 공권력을 총동원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플로이드 사망에 대해 미국인 대다수가 분노하고 있는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대처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앞에서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가혹행위로 인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미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표본오차 ±4%포인트)에서 응답자의 64%가 현재 미국 전역으로 확산한 항의 시위에 동조한다고 답했다. 동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7%였다.

항의 시위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에는 응답자의 55%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적절하다는 평가는 33%로 국정 지지율(39%)보다도 낮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11월 대선 전망도 불리해졌다는 설명이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미국 성인 1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별도 여론조사(표본오차 ±3%포인트)에서는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47%로, 트럼프 대통령(37%)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지난 4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이번 시위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에 대해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번지는 분위기다.

공화당 지지자의 82%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표시했지만, 항의 시위와 관련해서는 67%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한편 미국인들은 항의 시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에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기 위해서는 폭력도 적절한 방법'이라는 의견은 25%에도 못 미쳤다.

항의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처 방식이 적절치 못하다는 응답(47%)은 적절하다는 응답(43%)보다 다소 많았다.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는 25개주 이상의 국가방위군 소집과 배치를 승인한데 이어 대통령의 명령시 현역미군까지 급파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연방법무부는 FBI(연방수사국), ATF(주류·담배·총기단속국), DEA(마약단속국), 연방마샬, 연방교정국 등 산하 사법당국을 총동원하고 있다.

FBI는 각지역에 지휘소를 설치하고 미 전역에서 체포된 4100여명 가운데 과격 시위 주도자들을 조사해 연방범죄 위반자들을 가려내 강력 처벌하려 하고 있다. 연방교정국(FBP) 소속 폭동 진압팀을 워싱턴DC와 마이애미에 급파했고 연방수사국 (FBI)의 인질구조팀도 동원한 것으로 밝혔다.

수도 워싱턴DC의 경우, 투입되는 주 방위군 병력이 늘어나면서 미국 심장부 주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군 당국자는 국방부와 워싱턴DC 주변 기지들에 대한 병력 방호 수준을 높였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지프 렝겔 주방위군 사령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날 밤 시위 상황과 관련, "전국에 걸쳐 지난밤 상황은 호전됐다. 우리는 폭력의 감소를 보았다"면서도 "그러나 전체적으로 시위는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또한 인디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주에 있던 1500명의 주 방위군병력이 워싱턴DC에 추가 투입된다고 밝혔다. 주 방위군에 따르면 워싱턴DC에서 연일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지면서 이곳에 주방위군 1300명이 투입됐고, 전날 밤에는 유타와 뉴저지지 병력 일부도 워싱턴DC 시위 현장에 합류했다.

렝겔 사령관은 1만8000명의 주 방위군 병력이 현재 29개 주에서 지역내 법 집행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는 증가한 수치라고 전했다.

CNN방송은 "이번 시위 사태에 따른 주 방위군 투입 규모는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병력과 거의 동일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태 대응을 위해 2만명 이상의 주 방위군 병력이 미 전역에서 가동됐다고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와 함께 백악관 비밀경호국(SS)도 백악관 주변 도로들을 통제하며 보안 강화에 나섰다고 CNN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 주변에 8피트(2.43m) 높이의 쇠 울타리도 설치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 후 경비 병력이 시위대를 흩어놓으며 확보한 길을 통과해 라파예트 공원 건너편의 세인트존스 교회를 찾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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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