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보건에서 뒤처진 흑인들, 억울한 죽음에 분노

2020-06-03 12:18:48 게재

미국 흑인시위의 경제학

아시아타임스는 2일 “미국 흑인들의 높은 투옥률, 질병률, 빈곤율은 불이 댕겨지기만을 기다리는 불쏘시개였다”며 “미니애폴리스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억울한 죽음이 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사태를 이해하는 실마리는 제공한다. 30년 전 미국에선 식당과 호텔, 기타 레저와 접객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보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2배 많았다. 30년이 흘러 제조업 노동자 숫자는 절반이 줄었고 레저와 접객업 노동자는 두배 늘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찾아왔다. 지난 30년 동안 축적됐던 모든 고용이 단 두달 만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2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주도인 세인트폴의 주의회 의사당 앞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로 가득 차 있다. 세인트폴 AP=연합뉴스


미국의 소수인종 노동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고용 호황에 혜택을 입었다. 흑인의 실업률은 5.8%로, 미국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저숙련 서비스산업 일자리가 넘쳐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조만간 회복될 가능성도 없다.

게다가 미국 흑인들은 코로나19 치명률이 다른 인종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았다. 최근 비영리 연구기관 APM리서치랩에 따르면 미국 흑인은 10만명당 50.3명이 사망했다. 반면 백인 20.7명, 라틴계 22.9명, 아시아계 22.7명이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미국 흑인은 2만명이 넘는다. 미국 전체 흑인 2000명 중 1명 꼴이다.

흑인들 사이에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많은 탓일 수 있다. 성인 흑인 40%는 고혈압을 앓는다. 백인과 비흑인 히스패닉 28%, 아시아인은 25%다. 부실한 식단이나 부적절한 예방조치, 기타 요소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흑인들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건 명확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특히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의 호구책이 갑작스레 막혔다. 미국 경제의 비중은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이동한 지 오래다. 개인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된다. 다른 산업국가 평균 60%보다 높다.

미국은 세계에서 저축률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상황이 급반전했다. 최근 연방 경제조사국(BEA)에 따르면 4월 개인저축률(가처분소득 대비 저축 비율)이 33%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월 8%에서 3월 13%로 뛰더니 다시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종전 최고치가 1975년 5월 17%였음을 고려하면 미국인들이 얼마나 현 상황을 어렵게 보고 있는지 알려준다. 이 수치는 미국의 소비패턴이 당분간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말해준다.

50인 미만 기업들은 미국 전체 노동자의 46%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통해 정부 대출을 이용할 수 있지만, 상당수는 결국 문을 다시 열기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실업률은 장기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 식당과 호텔, 기타 레저와 접객업에서 실직한 노동자들이 조만간 일터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아시아타임스는 “경제적 요인이 폭력행위의 변명일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높은 소비와 낮은 저축에 중독돼 공동화된 미국 경제의 취약성은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폭력적 양상의 시위가 들불처럼 퍼져나가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미국인 64% "항의시위에 동조"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