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DLS 만기 손실확정 시작됐다

2020-06-05 11:45:36 게재

미상환 DLS 잔액 1조원

8월부터 만기 잇달아

지난 4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원금 손실이 확정된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이 나왔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종 손실을 막지는 못했다. 앞으로도 큰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약 1조원 규모에 달하는 원유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8일 만기를 맞는 '제5371호 DLS'의 최종 수익률이 '-47.95%'로 확정됐다고 4일 밝혔다. 이 상품은 WTI 선물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데 만기 상환 평가일인 지난 3일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37.29달러로 마감하면서 원금 상환 조건인 행사가격 52.59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같은 날 브렌트유 가격도 39.79달러로 행사가격인 61.16달러를 밑돌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 상품의 발행금액은 21억원으로, 투자자들의 최종 손실 금액은 1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원유 DLS는 국제유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사전에 약속한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이번 DLS는 만기가 돌아왔을 때 모든 기초자산의 평가 가격이 처음 기준 가격의 80% 이상이거나, 만기가 올 때까지 기초자산이 처음 기준 가격의 45% 미만으로 내려간 적만 없으면 세전 연 6.6%의 수익을 주도록 만들어졌다.

만기일까지 국제유가가 녹인( knock-in) 구간 아래로 떨어지고 이후 만기평가 시까지 최초 가격 대비 약 70~80% 이하에 있을 경우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이런 구조로 설계된 원유 DLS들은 지난 4월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실상 전 종목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상태다. 앞으로 국제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 반등하지 않으면 만기상환 시 원금 최종 손실이 우려된다.

현재 미상환 원유 DLS 규모는 약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원유 DLS의 만기는 8월부터 또다시 줄줄이 이어진다.

우선 8월은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하나금융투자·대신증권 등에서 발행한 100억원 규모의 DLS가 만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상품은 WTI 기준 50달러 중반에서 60달러 후반의 기준가가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8월 국제유가가 최소 45달러 이상은 돼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현재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들 상품 역시 최종 손실 통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하반기 유가 예상 범위를 30~40달러로 예상했고 KB증권도 올해 말까지 40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WTI 가격을 22~42달러로 예상하며 빠른 기간 안에 40달러를 넘어서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향후 유가의 급격한 상승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는 "아직 원유수요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주요국의 봉쇄 완화에도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이 존재하며, 실물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더라도 원유수요 증가로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여전히 30달러대 후반에서 맴돌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3%(0.12달러) 상승한 37.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선물거래소(ICE)의 8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0.5%(0.2달러) 상승한 39.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감산 합의 연장의 불확실성 속에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핵심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하루 970만 배럴의 감산합의 시한을 기존 6월 말에서 7월 말로 1개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다른 산유국들의 합의 준수를 놓고서는 잡음이 새어 나오는 양상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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