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ESG에 주목 | ②그린워싱을 막아라

'진짜 ESG 채권 발행' 정착해야 성장 가속화 가능하다

2020-06-18 10:59:19 게재

친환경 기업인 척 조달금리 낮추고 세제지원 등 혜택만 받으려는 기업 골라내야

가이드라인 제정·외부 평가기관·정보 공시체계 활성화 위한 세부방안 마련 필요

코로나19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ESG 시장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받고 있다. 비재무적 위험을 관리하고 지속가능성장의 가치를 중시해 온 ESG 투자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글로벌 ESG 투자자산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ESG 투자의 재무적 성과, ESG 평가체계의 일관성, 관련 정보 공시 체계의 적절성 등에 대한 문제점도 나온다. 무엇보다 '진짜 ESG 채권'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냐 하는 제대로 된 평가체계에 대한 지적이다. '그린 워싱' 즉, 친환경 기업인 척 기업 이미지 마케팅에만 이용하고 조달 금리를 낮추거나 세제 혜택 등 지원만 받으려는 등 '체리피킹' 행위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전 세계 25번째 ESG 전용 세그먼트 개설 =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오픈한 '사회책임투자채권 전용 세그먼트는 SRI채권 전용 종합 정보센터다. 이제 거래소의 사회책임투자채권 전용 세그먼트를 통해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ESG채권 시장은 본래 발행자와 투자자 사이에서 충분한 정보 교환과 소통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양측의 신뢰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그린본드의 경우 그린본드의 경우 그린워싱의 문제를 방지할 필요가 있으며, 국제적으로 정해진 그린본드 원칙과의 정합성도 검증해야 한다. 또한, 발행기관의 관련정보 공시, 그 정보에 대한 투자가 관점에서의 평가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발행 채권의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고, 동시에 그린워싱 채권이 발행되는 것에 대한 시장의 통제가 가능해진다.

이에 2015년 노르웨이 오슬로에 처음으로 ESG 채권 전용 정보센터가 개설된 후 24개국이 ESG 채권과 관련한 전용 세그먼트를 만들었다. 이 곳에서는 발행사가 ESG와 관련이 있는 적격 프로젝트를 실제로 가지고 있는지 등 ESG 채권 인증과 관련한 내용에서부터 실제 ESG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이 당초 공개한 프로젝트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박헤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SG투자의 재무적 성과와 평가체계와 정보공시체계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일반적으로 ESG 관련 공시가 강화되는 추세다. 다만 국가별로 공시 범위, 방식, 의무화 수준 등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다.

EU, 영국,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만 등은 전체 또는 일부 상장기업에 ESG 공시를 의무화했다.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기업지배구조와 환경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만 부분적인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일례로 EU와 영국에서는 최근 '기후변화와 관련한 금융정보 공시에 관한 태스크포스(TCFD)'의 권고안에 따라 사업보고서 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시를 법으로 강제한 반면, 미국의 경우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지난해 7월 의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일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글로벌 지속가능보고 기준인 GRI기준을 참고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기존의 GRI기준은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매우 일반적인 이슈에 대해서만 기재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정보의 구체성이 부족해 개별 기업의 성과 평가나 기업 간 비교에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더욱이 지배구조에 대한 사항은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그 외 사회책임, 환경에 대한 사항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환경정보공개시스템, 기업 웹사이트에 산재되어 있어 해당 정보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의 접근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박 연구위원은 "정책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공시 정보의 범위, 내용, 공시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세부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U, 선도적으로 가이드라인 제정 = ESG 채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유럽연합이 선도적으로 제정하기 시작했다. EU는 지난 2016년 말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상위전문가그룹(HLEG)을 발족한 뒤 2018년 5월 HLEG의 권고를 기반으로 '지속가능금융'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Action Plan)을 발표했다. 총 10개 단계로 나눈 EU의 지속가능금융성장 실행계획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개념체계와 금융상품에 적용할 기준과 인증을 시작으로 자본시장 전반을 통해 지속가능금융 관련 각종 규제 및 공시체계 등을 제시했다. EU는 Action Plan의 주요 내용 중 규제당국 관점에서 먼저 확립이 필요한 개념체계·기준을 위해 2018년 7월 지속가능한 금융에 관한 기술전문가그룹(TEG)를 구성해 △특정 경제활동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EU의 분류체계 개발 △EU 그린본드 기준 개발 △EU 기후 관련 벤치마크 방법론과 공시요건 개발 △기업의 기후관련 정보에 대한 공시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등의 목표를 수행하도록 했다. TEG는 2019년 5월에 EU GBS 최종보고서를, 2020년 3월에는 EU Taxonomy 최종보고서 및 GBS 적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EU는 자체적인 분류체계를 세워 금융상품, 특히 선제적으로 ESG채권의 결정기준을 정하고자 했다. EU는 특정 채권을 ESG채권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제조건으로서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의 사용용도가 ①기후변화 완화·경감 ②기후변화 적응 ③물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과 보호 ④순환경제로의 변환 ⑤오염방지 및 통제 ⑥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호 및 복원 등 6가지 목표 중 적어도 하나에 상당부분 기여할 것과 위 목표 어떤 것에도 중대한 손상을 끼치지 않을 것 등을 성립요건으로 제시했다.

◆일본, 환경성에서 제정 =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ESG투자활동을 진행하는 일본의 경우 기본적으로 그린본드로 조달되는 자금은 환경개선 효과가 확실한 프로젝트에 충당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환경성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프로젝트 적격성의 선제적인 판단기준은 먼저, 조달금액의 절반 이상을 일본 국내의 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등 탈탄소화에 기여하는 사업에 투자하거나, 탈탄소화 효과가 높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인가의 여부였다.

일본 역시 그린본드의 적격성을 중시하며, 발행자가 추진하고자 하는 해당 프로젝트가 환경 측면에서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평가되는 프로젝트가 주요 대상이 된다. 해당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에너지절감 관련 사업 △오염의 방지와 관리에 관한 사업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에 관한 사업 △생물 다양성 보전에 관한 사업 △친환경 운수 사업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에 관한 사업 △기후변동에 대한 적응에 관한 사업 △친환경제품, 친환경 제조기술·절차와 관련된 사업 등이다.

이와 관련한 신규투자 목적으로 하는 발행 외에도, 이미 기존에 발행한 그린 프로젝트의 차환에 충당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그린본드 가이드라인에서는 조달자금의 용도를 채권발행신고서 등의 법정서류나 기타 서류에 기입하도록 하고 있으며, 통상 이러한 서류는 발행기관의 웹사이트 상에 공개하고 있으므로 투자자에게 발행 전에 충분히 알릴 수 있게 된다.

한편, 가이드라인에서는 발행자가 제시한 그린본드 발행계획에 대해 제3자 외부평가기관으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은 또 '그린본드 발행촉진체제정비 지원사업'을 통해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기업이나 지자체 등 발행자에 대해서, 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보조해주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ESG에 주목"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