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대응매뉴얼 있으나마나"
인천시 수돗물 유충 사태, 5일 만에 시장에게 보고
'책임자 징계' 국민청원도
인천시가 '붉은 수돗물' 사태 1년 만에 '유충 수돗물'로 또 한번 홍역을 치르게 됐다.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된 것도 문제지만 이에 대한 대응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내일신문 7월 15일자 4면 참조>
시민들이 가장 심각하게 보는 것은 위기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민원은 지난 9일 서구 왕길동 한 빌라에서 처음 접수됐다. 이후 며칠 새 같은 민원이 20여건 더 제기됐다. 하지만 인천시는 이 같은 사실을 쉬쉬하다 지난 14일 오전 뒤늦게 현장대응 상황을 공개했다. 이미 일부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다.
박남춘 인천시장에게도 13일 오후 늦게야 보고됐다. 이 때문에 14일이 돼서야 시장이 참석하는 대책회의가 처음 열렸다. 이미 사고 발생 5일이 지난 뒤다. 인천시가 붉은 수돗물 사태 발생 이후 공개적인 수돗물 관리를 하겠다며 구성한 수돗물시민평가단에는 일주일째 어떤 내용도 전달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는 위기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위생적 처리가 핵심인 수돗물에서 유충이 검출된다는 것은 미생물 오염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차치하고라도 마시는 물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점은 그 자체로 심리적 충격이 큰 사안"이라며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를 통해 위기대응체계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고, 이 때문에 환경부도 위기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유역수도지원센터도 설치했다"며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이런 매뉴얼이 적절히 작동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K방역의 성공 요인을 전문성과 민주주의에서 찾는데 수돗물 관리를 잘하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라며 "사고 발생 5일 후에야 시장에게 보고하고 언론에 공개했다니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직접 행동에 나선 시민들도 있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시 유충 수돗물 문제 해결 및 관련 담당자 징계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과 '인천 서구 수돗물 사태 책임 규명 및 관련 업무 관계자 교체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두 청원에 하루만인 16일 오전 1만명 가까운 시민들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얼마 전 임신한 아내와 뱃속 아기가 지금까지 이렇게 더러운 물을 먹고 생활했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라며 조속한 해결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한편 수돗물 유충 피해지역은 서구에서 시작해 강화군과 부평·계양구로 확산되고 있다. 인천시는 이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배수구 2곳에서 오염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파악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