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공급 부족한가

문재인정부 3년 연평균 4만가구 입주

2020-07-20 12:19:07 게재

2010~2016년보다 연간 8천가구 많아

2008~2018년 공급량 절반 다주택자 매입

‘집값불안→매수집중→가격상승’ 악순환

서울 집값안정이 최대 ‘민생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백가쟁명식 진단과 처방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집값상승 원인으로 빠지지 않는 메뉴가 ‘공급부족’이다. 서울도심 고밀개발과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를 주문한다. 강남을 비롯해 수요가 몰리는 서울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라는 주장이다.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조성해 수십만 가구를 공급해도 서울 집값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중소주택건설사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최근 △상업지역 주거비율 확대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완화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도 이달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주택공급 확대를 지시했다. 7.10대책 추진을 위해 구성된 ‘주택공급확대 TF’는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도 검토하는 상황이다. 마치 주택공급 확대없이 집값안정은 불가능하다는 분위기다.

정말 서울의 주택(특히 아파트)공급은 부족한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3년(2017~2019년)간 서울에서 연평균 3만9734가구가 입주했다. 2017년 2만9833가구, 2018년 4만3738가구, 2019년 4만5630가구 등이다. 이는 지난 정부와 비교해 적은 물량이 아니다.

2010~2016년까지 연평균 3만1355가구가 입주했다. 문재인정부 3년간 이전 7년보다 연평균 8379가구 많이 공급했다.

올해 입주물량도 적지 않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4만1104가구에 달한다. 5만3929가구가 입주한 2008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수도권 역시 비슷하다. 문재인정부 3년간 수도권(서울 포함)에서 61만403가구가 입주했다. 연평균 20만3468가구다. 반면 2010~2016년 7년 동안엔 81만9619가구(연평균 11만7088가구) 입주했다. 연평균 8만6380가구 차이난다.

그러나 아파트값은 반대로 움직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문재인정부 3년 동안 15% 올랐다. 반면 2010~2016년에는 0.9% 상승에 그쳤다. 아파트값이 통상적인 수요.공급 논리와 다르게 움직인 셈이다. 지금의 서울 아파트 가격급등이 공급문제 때문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아파트 가격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수요.공급 외에 시중 유동자금 규모, 경제상황, 매수심리 등이 어우러져 영향을 미친다.

정 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수도권에 주택을 대량공급한다해도 주택문제 해결은 커녕 오히려 수도권 집중만 초래할 것”이라며 “국토균형발전을 통해 비수도권에서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급확대=집값안정’이 될 수 없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공급된 주택이 온전히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제공되느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많은 주택을 공급해도 다주택자에게 돌아간다면 집값안정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여전히 무주택자는 수요자로 남아 공급우위의 주택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2008~2018년 전국에 공급된 주택 489만가구 중 250만가구를 다주택자가 매입했다. 무주택자에게 돌아간 물량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주택자 주택매입을 차단하지 않은 채 공급만 확대했을 때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유주택자의 주택구매가 갈수록 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체 주택매매에서 유주택자 비중이 2006~2007년엔 31.3%였다. 그러나 2008~2012년은 36.2%로, 2013~2017년(상반기)엔 43.7%까지 치솟았다. 특히 2주택 이상 다주택자 구매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2012년 5.3%(서울 3.5%), 2013년 5.1%(3.9%)에 불과했으나 2017년엔 14.0%(13.8%)까지 높아졌다. 4~5년새 3배 가량 늘었다. 이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채 주택공급을 늘린들 무주택자 주거안정 및 집값하락은 공염불이다. 공급과 함께 수요관리가 필요한 것이 이 때문이다.

실제 지금의 서울 집값급등은 공급보다 수요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로 매도물량은 줄어든 반면, 내집마련에 대한 불안감으로 추격매수 심리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집값이 상승한다는 주장이다.

이태경 토지+주택연구소 부소장은 “2013~2014년 집값이 크게 떨어졌던 것은 공급이 많아서가 아니라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신규주택 공급보다 다주택자 매물을 늘려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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