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4만6천원, 통신비 15만원

2020-08-19 11:25:14 게재

우리나라 가구 평균 월 지출

낮은 전기료, 과소비 부추겨

우리나라 가구의 월별 전기요금은 통신비의 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휴대전화요금, 휘발유값, 공동주택관리비보다 낮다.

하지만 1인당 전력소비량은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가보다 낮은 왜곡된 요금체계가 과소비를 부추긴 셈이다.

◆소비자물가 차지하는 비중 미미 = 19일 국가통계포털(KOSIS)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별 전기요금은 4만6543만원(2016년 기준)이다. 같은기간 통신비는 15만522원으로, 전기요금보다 3배 이상 많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통신비 5.5%, 전기요금 1.7% 수준이다.


또 통계청 물가통계 산정기준(2017년)을 살펴보면 전기요금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0.017%p였다. 1000분비를 기준으로 품목별 소비자물가 가중치는 전기요금이 17.0으로, 휴대전화요금 36.1, 휘발유가격 23.4보다 크게 낮다.

전기요금은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가 2012년 20.5로, 공동주택관리비 15.9보다 크게 앞섰으나 2017년 각각 17.0, 19.0으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원료비와 상관없이 주택용 등 전기요금 인상이 억제돼 왔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요금을 다른 재화 가격과 비교하면 그 경직성이 드러난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kWh당 1984년 67원에서 2017년 125원으로 1.9배 인상됐다.

같은 기간 자장면은 350원에서 4830원(14.0배)으로, 버스는 120원에서 1300원(10.8배)으로, 지하철은 200원에서 1350원(6.8배)으로, 택시 기본요금은 500원에서 3000원(6.0배)으로 올라 대조를 보였다.

원가에 기초하지 않은, 균형가격보다 낮은 전기요금의 가격왜곡은 과소비를 부추긴다.

한전이 국내 전력판매량 통계관리를 본격 시작한 1961년 이후 전년대비 전력판매량(전기소비량)이 감소한 해는 IMF 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과 2019년 단 두 차례뿐이다. 2019년은 경기둔화 및 전년도 대비 냉난방 소비 감소로 1.1% 줄었다.

전력판매량이 크게 늘었던 2000년(11.8%), 2001년(7.6%), 2002년 (8.0%)는 IMF 이후 경제회복과 2002년 한일월드컵 특수효과가 있었고, 2010년(10.1%) 증가는 금융위기 이후 경제회복으로 상승폭이 컸다.

그러나 전기소비가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용의 편리성뿐만 아니라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니 소비자들은 지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사용한 만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재화라고 인식하기보다 저렴한 공공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한국 전력소비량, 영국의 두배 =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력정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우리나라 전체 전력소비량을 총 인구수로 나눈 수치)은 1만96kWh로, 영국 4630kWh의 두 배가 넘는다.

독일(6284kWh) 프랑스(6618kWh) 일본(7621kWh)보다도 많다. OECD 국가 평균소비량은 7407kWh이다.

미국(1만1776kWh)보다는 1680kWh 적지만 2010년 대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사정이 다르다. 이 기간 미국은 8.8% 증가하는데 그쳤고, 일본은 2.6% 증가했으며, 영국은 오히려 7.7% 감소한 반면 한국은 94.7% 증가했다. OECD 국가 평균증가율은 14.3%로 조사됐다.

물론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은 산업용 소비가 전체 평균치를 끌어올렸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제조업 비중이 약 33.0%로 최상위권이다보니 산업용 전기소비량이 많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제조업 에너지원 중 전력비중이 2004년 33%에서 2016년 49%로 증가했다"며 "가격왜곡에 따른 전기 과소비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이 저렴하다보니 에너지원을 타 에너지에서 전력으로 전환한 기업들의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력사용의 효율성은 독일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한·독 양국의 업종별 전력원단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독일보다 제조업 평균 2.37배, 서비스업 평균 3.41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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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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