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자치법규 2만건 찾아냈다

2020-08-20 12:03:19 게재

과도한 재정부담 부과

주민생활 지나친 제한

규제혁신 차원서 정비

정부가 3년 넘게 진행해온 '불합리한 자치법규 정비' 결과를 내놨다. 전국 243개 자치단체의 조례·규칙을 전수조사해 불합리한 규제는 물론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부담을 주는 행정절차·과태료 규정 2만여건을 찾아냈다. 이번 조사에는 국무조정실 법제처 행정안전부가 참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국정현안점검조정 영상회의를 열고 불합리한 자치법규 정비방안을 논의·확정했다.

정부는 우선 보증금·과태료·배상책임 등을 법이 정한 허용범위보다 높게 부과해 주민들에게 과도한 재정부담을 주는 자치법규를 찾아 정비했다. 예를 들어 A시 등 5개 지자체가 전통시장법령 근거 없이 상인회와 전통시장 운영계약 때 2개월치 사용료를 미리 보증금으로 징수토록 규정하고 있었고, B광역시는 공유재산법령 근거 없이 노인회관 일부를 임차하면서 보증금 일부를 예치토록 했다. 지자체의 시설물 손해배상 책임을 주민에게 전가한 조례도 찾아냈다. C군 등 37개 기자체는 공유재산법령상 지자체장이 가입해야 하는 공유재산 손해보험을 위탁관리자인 주민이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고, D시 등 89개 지자체가 문화·체육시설 이용시 발생한 과실사고에 대해 주민이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과태료를 법적 근거 없이 높여 부과토록 한 자치법규도 대거 찾아냈다. F군은 산림보호법령이 산림근처에서 소각한 자에 대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이보다 높은 75만원 이하로 상향한 조례를 만들었다. 공유재산 사용료나 대부료 분할 납부에 대한 이자율을 잘못 적용해 주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 지자체들도 11곳이나 확인됐다. 공유재산법상 적용 이자율이 2~6%에서 은행공시 이자율(올해 기준 1.2~1.6%)로 변경됐는데도 지자체들이 조례에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영업이나 주민생활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 자치법규도 확인됐다. G군의 경우 향토민속자료전시관 위탁운영을 군수의 명령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고, H시는 작은도서관에 대해 공공질서 유지나 독서문화를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모두 상위 법령에 근거가 없는 조례들이다.

이 밖에도 불합리한 행정절차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I자치구 등 15개 지자체가 자원봉사단체인 자율방범대 신설·변경·해산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이는 상위법 위반이다. 자원봉사활동기본법상 자율방범대는 자율적으로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주민자치조직인 보건진료소 운영협의회 설립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하게 지자체 인가를 받도록 규정한 지자체가 11곳이나 됐다.

한편 정부는 2017년 5월 불합리한 자치법규 조사에 나섰다. 대상은 243개 지자체의 조례 7만9000개, 규칙 2만4000개다. 대상이 방대한 점을 고려해 조례는 2018년 말까지 조사하고 지난해부터 정비에 들어갔다. 현재 정비율은 83%다. 또 규칙은 2018년 1월 조사를 시작해 지난 5월 마쳤다. 규칙 정비는 다음달부터 시작한다. 정부가 이처럼 대대적인 자치법규 정비에 나선 것은 중앙부처가 규제혁신을 위해 법령을 정비한다 하더라도 지자체가 자치법규에 반영하지 않거나 법령의 근거·위임 없이 자치법규로 규제를 신설할 경우 규제혁신의 성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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