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물류센터·주유소로 눈돌리는 리츠

2020-08-26 10:53:42 게재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장기화로 부동산 임대 수익 차질 … 미국에서는 통신설비 리츠 급성장

전통적으로 부동산 임대에 투자해 온 리츠가 코로나19 이후 새길을 찾고 있다. 미래형 먹거리로 부각된 데이터센터와 물류센터 임대를 중심으로 한 리츠 투자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신규 투자처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스폰서형 리츠를 추진하고 있다. 리츠(REITs)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지분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를 말한다.

이지스자산과 하나금융투자는 북미 데이터센터 기업 밴티지 데이터센터 투자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 산업 성장과 데이터 트래픽 폭증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보잉 등 우량 임차인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를 활용한 수익사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8월 상장 예정인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는 국내 최초로 SK네트웍스 주유소 187곳에 투자한다. 주유판매업 운영임차인과 차량경정비업, 기타 임차인들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주유소를 쿠팡의 로켓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오일뱅크는 주유소 공간을 제공하고 쿠팡은 이를 도심 내 로켓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주유소는 임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여성을 위한 안심 택배함, 스타트업과 제휴한 셀프스토리지, 전기차 충전기 등을 주유소에 도입하고 있다.

쿠팡과 위메프 마켓컬리는 수도권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며 리츠의 투자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제주 조선호텔과 서울드래곤시티호텔 등 호텔에 투자하는 공모 리츠도 상장이 예상된다.

◆재택근무 장기화 따라 부동산 임대업 급락 = 이같은 리츠의 변화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시작된 일이다. 미국 리츠산업은 8월 중순 △호텔 -6.1% △리테일 -3.2%을 기록했다. 전통적인 오피스빌딩 중심의 리츠는 하락했다. 반면 데이터센터는 1.9%, 목재는 2.3% 상승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통신시설에 투자하는 통신타워리츠다. 노무라종합연구소가 최근 분석한 미국 리츠 시장 시총 순위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시가총액 1위는 아메리칸 타워로 나타났다. 통신탑과 같은 통신시설에 투자하는 리츠다. 통신탑을 세워 통신설비 등의 기기를 임차해 주고 수익을 얻는 회사다. 버라이즌 AT&T 등이 주요 고객이다.

반면 전통적인 오피스 리츠는 연초 대비 25.9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피스 리츠 대표종목인 보스톤프라퍼티스(BXP US Equity)는 연초 대비 38.9% 내려앉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피해가 가장 컸던 뉴욕을 중심으로 하는 오피스 리츠인 에스엘그린(SLG US Equity)도 연초 대비 48.7% 하락했다.

세계시장에서 전통적인 오피스 리츠의 몰락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명 기업들의 재택근무 지속은 오피스 수요 감소에 대한 공포를 촉진시키고 있다.

하지만 미국 뉴욕 맨하튼에서는 기술기업들의 오피스 매입과 신규 임차계약이 일어나고 있어 이같은 공포는 과도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신증권 글로벌부동산팀은 "재택근무확산에 따른 오피스 수요에 대한 우려가 자산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가격하락을 일으켰다"며 "임대료징수 문제나 매출 감소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고 배당수익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호텔 리츠 틈새시장으로 부각 = 국내에서는 아직 부동산 임대 중심의 리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피스 빌딩은 물론 호텔 등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국내 리츠규모를 분야별로 보면 리테일>숙박>스토리지>순임대>주거>오피스>산업용>헬스케어>데이터센터 순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국내 리츠 설립에 뛰어들었다. 오피스빌딩과 임대주택 등의 지분을 사들여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리츠다.

SK그룹도 계열사 사옥을 사들여 임대수익을 내는 리츠 설립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받는다. SK그룹은 리츠를 설립해 내년 3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서울 서린동 사옥을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리츠는 계열사 사옥을 매입, 사무공간으로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호텔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신세계의 제주호텔 진출로 롯데 신라를 포함해 유통3사가 모두 제주에서 호텔업 경쟁을 시작했다. 8월 성수기에 제주도의 내국인 관광객수는 전년 수준을 뛰어넘었고, 내외국인을 포함하면 지난해 93% 수준을 회복한 점을 지표로 삼아 호텔사업을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리츠가 여전히 오피스 중심으로 짜여져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수익률 하락 위기 등이 변수로 떠올랐다. 이에 따른 투자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롯데리츠는 연초에 비해 17%가량 수익률 하락을 기록했다. NH프라임리츠 수익률도 28% 하락했다.

국내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수익 다변화를 위해 데이터센터와 물류센터 등의 사업에 진출하면서 리츠산업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보통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투자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김성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