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새로운 도약 'RE100'

기업 비용부담과 재생에너지 소비 조화 필요

2020-09-15 11:28:47 게재

가격 비싸면 기업 부담, 가격 낮으면 한전 손실 … 11월까지 요금체계 결정

글로벌 기업들의 RE100(Renewable Energy 100) 참여가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RE100이란 2050년까지 기업들의 전력사용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RE100 동참을 공식 선언한 기업이 없다. 재생에너지를 선택적으로 구매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RE100 참여를 하려면 재생에너지 조달방식, 이행실적, 요금체계, 계통연계 등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미국 환경보호국의 녹색전력파트너십(GPP)과 탄소공개 프로젝트(CDP) 위원회에 따르면 RE100 참여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방식은 크게 △재생에너지 자체 발전설비를 보유해 직접 생산하거나 △외부에서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녹색요금제만 선호해도 문제 = 정부는 국내기업들도 내년부터 RE100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일 △녹색요금제(녹색 프리미엄제) △제3자 전력거래계약(PPA)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지분투자 △자가발전 등 5가지 이행방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제도로 녹색요금제와 PPA가 꼽힌다. 내일신문이 국내기업 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RE100 참여방법을 묻는 질문에 녹색요금제와 PPA라고 응답한 기업이 각각 33.3%에 달했다.

녹색요금제는 전기소비자가 납부해야할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프리미엄(Premium)을 추가로 지불하는 제도다. 한국전력이 공급하는 재생에너지에다 별도 프리미엄을 얹어 일반 전기요금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판매이익은 에너지공단이 재생에너지에 재투자한다.


녹색요금제는 전기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대중적 인식개선에 효과가 높다. 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재정부담을 완화할 수 있어 다수의 전력회사들이 녹색요금제를 선호한다.

하지만 프리미엄을 얼마나 선정할지가 관건이다. 프리미엄을 높게 책정하면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고, 낮게 책정하면 한전 손실이 커진다.

녹색요금제의 가장 큰 관건은 기업의 비용부담과 재생에너지 사용의 조화다. 자칫 잘못하면 녹색요금제는 무늬만 녹색요금으로 흘러갈 수 있다.

RE100 이행수단 중에서 녹색요금제가 RE100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제도로 인식되는 것도 문제다. 아직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을 주고 구매할 수 있는 전략량도 정해져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여러가지 이행방안 중 녹색요금제로 선택이 집중되지 않고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기존 전기요금+프리미엄이 붙는 녹색요금제 체계를 잘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들과 협의를 통해 늦어도 11월까지는 프리미엄 요율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발적으로 참여한 기업들의 부담이 과도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이행수단과의 형평성을 고려하고, 동시에 제도 활성화를 추구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프랑스, 기본+선택요금제 = 미국은 1993년 녹색요금제를 처음 도입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 따르면 미국은 2016년 기준 약 81만6000곳이 녹색요금제를 통해 약 8.0TWh의 녹색전력을 구매했다.

미국내 kWh당 평균 녹색전력 프리미엄은 주택용 0.018달러, 비주택용 0.017달러에 이른다. 대규모 녹색전력 구매고객은 보다 낮은 프리미엄 요금을 적용받는 등 요금체계가 다양하다.

미국 내 녹색요금제를 운영하는 전력회사 중 최대 판매량 및 고객을 보유한 회사는 포틀랜드 제너럴 일렉트릭(PGE)이다. 이 회사는 녹색요금제를 통해 2017년 약 17만 고객에게 1.8TWh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했다.

PGE는 모든 재생에너지원을 포함하는 '기본 프로그램'과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원을 특정하는 '선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본 프로그램은 전기소비자의 전력사용량 1kWh에 대해 일정액의 프리미엄을 부과한다.

선택 프로그램은 풍력으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사용을 희망하는 소비자에 대해 200kWh 단위의 전력사용량 한 구간(Block) 당 2.5달러의 프리미엄을 부과(kWh당 1.25센트 수준)한다. 태양광에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할 수도 있다.

PGE의 녹색요금제는 전력사용량(kWh) 기반으로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공급전원을 선택할 수 있으며, 용량 구매 또한 가능하다.

푸젯 사운드 에너지(PSE)는 워싱턴주의 전력 및 가스 판매회사다. PSE도 모든 재생에너지원을 포함하는 '기본 프로그램'과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원을 특정하는 '선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본 프로그램은 200kWh 단위의 전력사용량 한 구간당 2달러의 프리미엄을 부과(kWh당 1센트)하며, 최소 1개월간 2개 구간을 구매해야 한다.

선택 프로그램은 태양광으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사용을 희망하는 소비자에 대해 150kWh 단위의 전력사용량 한 구간당 0.5달러의 프리미엄을 부과(kWh당 3.33센트)한다. 공급전원의 선택이 가능하다.

프랑스전력공사(EDF)도 녹색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EDF의 녹색전력 요금제는 전력사용량(kWh) 기준으로 약 0.41유로의 프리미엄을 부과한다.

EDF는 녹색전력 요금제로 부과한 프리미엄 회수금 가운데 일부(MWh 당 2유로)를 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 기부한다. 태양광 발전량 예측 정확도 향상을 목적으로 수행하는 기상학 연구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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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김아영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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