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협약과 도라산고속도로

유엔생물다양성협약 "생물 1/4 멸종위기 놓일 것"

2020-09-18 11:26:00 게재

도라산고속도로 예정지 '멸종위기 생물' 50종 확인

"1970년에 비해 현재 야생생물 개체수는 1/3만 남았고 유전자 다양성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생태계 서비스 능력도 줄어들어 취약계층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이 '제5차 지구생물다양성전망'(The 5th Global Biodiversity Outlook) 보고서를 발간했다.

임진강 하류 초평도 상공을 나는 멸종위기2급 '독수리'. 뒤로 북한지역의 산들이 보인다. 사진 남준기 기자


지구생물다양성전망 보고서는 4년마다 발간되는 생물다양성협약의 공식 보고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협약 당사국들의 생물다양성 보전 결과를 분석하고, 목표 달성 수준을 평가한다.

이번 보고서는 2010년 제10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20개 목표 달성을 위해 전세계와 당사국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평가했다. 2010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제10차 당사국총회에서 참가국들은 전세계가 달성해야 할 20가지 '생물다양성 아이치 목표'를 채택했다.


◆ '생태계 보전' '강물 흐름 보장' 등 촉구 = 이번 보고서는 심각한 경고를 담았다. 아이치 목표 중 하나인 '멸종위기종 관리' 분야를 보면, 현재 지구 생물종들은 '평균적으로' 멸종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보전 노력이 없었다면 멸종되는 조류와 포유류 수는 2~4배 더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 생물분류군 중 1/4 가량(23.7%)이 생물다양성 훼손을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 멸종위기에 처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든 생물분류군을 통틀어 100만종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지금과는 다른 행동변화와 지속가능한 전환이 필요하다"며 8가지 분야의 전환을 촉구했다. 행동변화를 촉구한 8개 분야는 토지와 산림, 민물생태계, 어업과 해양, 농업 등이다.

특히 '토지·산림' 분야에서는 △온전한 생태계 보전 △황폐화 방지 △경관 수준의 공간계획이 필요하고 '민물생태계' 분야에서는 △강물의 흐름 보장 △수질 개선 △산에서 바다까지 강의 연결성 보호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보전은 어떤 상황일까.

동계올림픽 끝난 뒤 그냥 방치된 가리왕산스키장, 이명박정부 이후 9년 동안 굳게 닫힌 낙동강 8개 보 수문, 멸종위기종 50여종이 사는 장단반도를 관통하는 문산-도라산고속도로 …

내년 5월 쿤밍 회의에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으로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장단반도를 관통하는 문산-도라산고속도로 예정지에서는 지금까지 멸종위기 1급 조류인 '검독수리' '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4종이 발견됐다. 멸종위기 2급 조류는 '개리' '노랑부리저어새' '독수리' '새매' '솔개' '재두루미' '잿빛개구리매' '참매' '큰기러기' '큰말똥가리' 총 10종이 관찰됐다.

지난 5년 동안 이 지역에서 관찰된 멸종위기 1급 조류는 235마리(연평균 47마리)였고, 멸종위기 2급 조류는 8만7644마리(연평균 1만7528마리)였다.

특히 장단반도~도라산역 구간에는 '구렁이' '물장군' '대모잠자리' '금개구리' 등의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한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어진 '물장군'도 지난 6년 동안 매년 관찰됐다.

◆ 7개 도로로 비무장지대 8조각 우려 =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발표한 '남북도로연결사업 환경영향평가 방안'에 따르면 현재 남북한을 연결하고 있거나 연결을 검토중인 주요 도로는 7곳에 이른다.

△영종-강화-개성 노선 △국도1호선 판문점-개성 노선 △국도3호선 철원-평강 △국도43호선 신철원-근동 △국도3호선 화천-평강 △국도31호선 양구-백현 △국도7호선 간성-장정 구간 등이다.

이 구상대로 추진할 경우 250km 비무장지대는 이들 도로에 의해 7개로 조각나고 임진강과 한강하구에는 2개의 거대한 교량이 추가로 건설된다.

조도순 가톨릭대 명예교수(MAB한국위원회 위원장)는 "국토부는 장단반도를 관통하는 노선을 원하지만, 이 노선은 '두루미' 등 멸종위기 조류 핵심 서식지를 관통한다"며 "그나마 기존 도로가 있는 통일대교 쪽으로 우회하는 것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생태계 파편화를 막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장단반도는 비무장지대 철책선이 있는 마지막 구간으로 사실상 DMZ와 이어져 있는 생태계"라며 "장단반도 자체의 생물다양성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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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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