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룡 구글 갑질 막아라

안드로이드 기반 검색·광고·앱장터 싹쓸이 현실화

2020-10-22 10:28:33 게재

국내외에서 플랫폼 독점 폐해 지적 잇따라

'인앱결제' 확대 따른 콘텐츠업계 피해 예상

국내외에서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중국 정부 등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한데 이어 미국 정부도 구글이 시장경쟁을 해치고 있다고 반독점 소송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구글이 내년부터 확대키로 한 앱마켓 '인앱결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구글 갑질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는 워싱턴DC의 연방법원에 검색엔진 시장에서 독점적 사업자인 구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소장을 제출했다.

미 법무부는 소장에서 구글이 경쟁자들의 시장진입을 막고,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단말기 제조사들과 자사 안드로이드 모바일운영체제(OS) 독점계약을 맺도록 해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제조사와 수익배분 계약을 통해 타사 앱 선탑재를 방해했다는 것이 미 법무부 주장이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7월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정보·기술(IT) 대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들어갔다.


◆세계 경쟁당국 표적된 구글 = 구글 플랫폼 독점은 10여년 전부터 전세계가 주목하는 문제다. 가장 먼저 문제삼은 것은 EU다.

EU는 2010년부터 구글의 검색 독점을 지적했다. 수년간의 조사 끝에 2017년 과징금 27억달러를 부과했다. 구글이 검색시장 지배적 지위를 바탕으로 경쟁사를 검색 결과에서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는 이유다.

2018년에는 구글이 모바일 OS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과징금 51억달러를 부과했다. 검색엔진 점유율확대를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검색엔진과 브라우저, 플레이스토어를 기본으로 설정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EU는 2019년에도 구글이 경쟁사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업체들의 광고 검색을 차단한 혐의로 17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검색 기능에서 구글 애드센스 검색광고를 제어해 경쟁사의 광고노출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1년 NHN(현 네이버)과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이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이 대표적인 구글 독점에 대한 문제제기 사례다. NHN과 다음은 구글이 자사 앱을 안드로이드폰에 선탑제하도록 직간접적으로 강제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2년간 조사를 벌였지만 '무혐의'로 결론났다.

공정위는 현재 구글이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선탑재하도록 강요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공짜 안드로이드로 인터넷 세상 장악 = 구글의 불공정행위는 세계 수많은 모바일 기기들에 안드로이드 OS가 깔려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2008년 9월부터 제공하기 시작한 모바일 OS다. 폐쇄형인 애플 iOS와 달리 전세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오픈소스) OS다. 이 때문에 아이폰 등장으로 위기를 느낀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각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OS로 선택하면서 세계 모바일시장을 장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스마트폰 85%에 설치돼 있다. 웹 서핑 도구인 브라우저시장에서는 구글 크롬이 전 세계 시장 7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글 OS와 브라우저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플랫폼 독점을 바탕으로 구글은 검색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모바일에서 이뤄진 소비자들의 검색 중 95%, 데스크톱에선 검색의 81%가 구글을 통해 이뤄진다.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빙(Bing)은 점유율이 13%에 불과하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은 전 세계 온라인 광고시장 3분의 1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구글이 광고 분야에서 올린 매출은 1350억달러(한화 약 154조원)에 달한다.

◆검색에서 앱마켓으로 영향력 확대 = 검색시장을 장악한 구글은 최근 앱마켓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앱마켓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시장 활성화와 함께 게임과 동영상 등 콘텐츠 거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구글은 지난 달 29일 내년부터 모든 콘텐츠에 대해 앱 마켓 플레이스토어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30%의 결제 수수료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게임 앱에서만 적용하고 있는 인앱결제를 전체 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구글 플레이에 새로 등록되는 앱은 내년 1월 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10월 1일부터 결제 금액의 30%를 구글에 추가 지급해야 한다.

인앱결제는 유료 앱 서비스·콘텐츠를 구글의 결제 플랫폼을 통해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애플은 이미 인앱결제를 모든 서비스와 콘텐츠에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방안이 그대로 현실화할 경우 구글플레이를 통해 배포되는 앱을 사용하기 위한 요금이 높아지고 모바일 콘텐츠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본다.

구글이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강제에 나선 것은 경쟁사인 애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앱마켓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기준 세계 앱마켓 매출은 구글 293억달러, 애플 542억달러를 기록했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세계 모바일 OS 시장의 75%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앱마켓 매출은 구글이 애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구글 앱마켓(플레이스토어) 의존도가 높아 인앱결제 확대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기준 국내 앱 마켓 매출은 구글플레이 5조9996억원, 애플 앱스토어 2조3086억원이었다.

◆법·제도 마련 독점 폐해 막아야 = 전문가들은 구글의 독점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법·제도 마련과 국가간 공조를 강조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구글 독점 폐해는 스마트폰OS시장 지배력이 앱마켓 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이라며 "기존 법으로는 구글 독점 규제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구글의 독점 폐해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가 되고 있는 것에 주목해 국제적 공조를 고민해야 한다"며 "정치권과 정부가 의지를 갖고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종채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도 한국OTT포럼이 20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구글은 모든 디지털시장에서 플레이어임과 동시에 앱 서비스를 위한 필수설비 앱마켓을 가진 보유자"라며 "향후 서비스까지 독점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를 중심으로 구글의 횡포를 막기위한 법·제도 마련이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올해 들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6건을 발의했다.

한편 구글은 최근 한국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1150억원 규모의 '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업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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