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

"코로나 사태, 지방자치분권 새로운 기회"

2020-11-16 11:28:00 게재

지방자치법·자치경찰법 국회통과 기대

"특례시, 균형발전 차원에서 꼭 필요해"

"30여년 전 엉성하고 불안전하게 만든 지방자치법으로도 우리는 이렇게 훌륭하게 지방자치를 발전시켜왔습니다. 그 역량을 코로나19 대응에서 제대로 보여줬고요. 이제 새로운 지방자치법이 시행되면, 또 자치경찰제도가 시작되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기대됩니다."

김순은(65) 위원장은 30여년간 학계에서 지방자치를 연구했다. 정부·지자체 정책자문 역할도 해왔다. 2018년 1월 처음으로 정부조직에 몸을 담았다.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들어왔다가 지난해 5월부터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춘천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미국 켄트주립대에서 정치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동의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등에서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사진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 자치분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이의종 기자


김순은(사진)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자치경찰 관련 법안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개정안을 마련하는데 참여했고, 또 이 법을 토대로 만들어갈 새로운 자치분권 시대를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이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이지만 또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지방지치법 전부개정안과 자치경찰제법 개정안 국회통과 이후 과제들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높였다.

■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방자치를 대하는 국민들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가 지방자치단체에 어려움도 줬지만 기회도 함께 줬다고 생각한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재난기본소득 논의 등 의미 있는 대응정책들을 지방에서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 한마디로 지방의 재발견이다. 특히 중앙정부 공무원들이 지방이 가진 잠재력을 알게 됐다는 것이 의미 있는 성과다. 예를 들어 한국형그린뉴딜이 지역균형뉴딜로 전환된 것도 바로 지방의 힘을 보여준 능력 때문 아니겠나.

■ 지자체들의 관심이 온통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쏠려 있다.

30여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추진되기 때문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법안이다. 주민자치 활성화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강화 내용이 뼈대다. 주민조례발안제 도입, 주민감사·소송 기준연령 18세 하향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주민투표 개표요건도 폐지했다. 지방의회 의회사무기구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인력 확보, 부단체장 증원 내용도 들어있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규정을 마련한 점과 기관구성의 다양성을 보장한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 이 법안 국회통과에 문제는 없나.

일부 오해가 있었다. 주민자치회 활성화, 부단체장 증원,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보 등과 관련된 것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의견접근이 된 것으로 안다. 주민자치회 활성화는 그동안 지방자치가 소홀히 했던 주민참여의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단체장 증원은 포스트코로나 준비에 꼭 필요한 인물을 영입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은 이름을 바꿔 오해 소지를 없애기로 했다.

■ 하지만 특례시 문제는 여전히 갈등의 골이 깊어 보인다.

우리나라 인구 70%가 50만명 이상 대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가 커지면 그에 따른 특별한 행정수요가 필요하다.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된 현상이고 행정의 기본이다.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재정특례는 주지 않기로 했다. 우리처럼 교부세 중심 체계에서는 역효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치적 이슈로 발전한 건 유감이다. 다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정부도 법률안 취지에 맞게 적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 지방지치법 못잖게 자치경찰법 개정에도 국민들 관심이 높다.

당초 논의됐던 분리형 모델로 하면 좋겠지만 지금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국가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부담이 크다. 당장 총경 이상 고위직 자리가 300개 이상 늘어난다. 경찰관서와 장비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이 때문에 김영배 의원이 발의한 협력모델안이 행안위 법안소위에 상정돼 논의 중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분리되는 것이 아닌, 기존 경찰기관을 유지하며 국가와 지방이 협력하는 일원화 모델이다. 시·도지방경찰청에서 지방이라는 말도 빠진다. 지방이라는 말은 국가사무를 집행하기 위한 지방사무소라는 뜻인데,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인사권은 논의 중인데 하위직은 지방이, 상위직은 국가가 갖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 협력모델이 될 경우 일선 경찰의 혼선은 없겠나.

그렇게 복잡하지 않을 것이다. 네 가지 사안이 있다. 국가경찰이 국가사무 하는 것, 자치경찰이 자치사무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국가경찰이 자치사무를 하는 것도 혼선이 없을 것이다. 다만 자치경찰이 국가경찰 사무 하는데 혼선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현장 경험이 쌓이면 지금 그린 그림보다 좀 더 좋은 방안들이 만들어질 걸로 기대하고 있다. 시·도지사들이 욕심내서 경찰이 반발하거나, 반대로 경찰이 너무 소극적이어서 자치경찰 같지 않거나 하면 안 된다. 보조를 잘 맞춰가도록 우리 위원회도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할 계획이다.

■ 최근 논의되고 있는 재산세 인하로 재정악화를 걱정하는 지자체들이 많다. 사전협의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논의가 더 진행되면 보완책도 충분히 마련되리라 생각한다. 현재 지방소비세가 21%인데 처음 5%는 이명박정부 때 수도권규제완화 보상으로, 다음 6%는 박근혜정부 때 취득세 인하에 대한 보상으로 분배됐다. 재산세 인하 문제도 최종 결정단계에 가면 보상안이 마련될 텐데, 재정분권 정책과 연계해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그렇다면 재정분권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나.

코로나19 사태가 자치분권 논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 가지가 자치경찰 모형을 확 바꿔 놓은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재정분권 속도를 더디게 한 것이다. 현재 범정부 2단계 재정분권TF 안은 만들었다. 안대로라면 내년까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까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재산세 감세 논의가 변수가 됐다. 부처 간 의견조율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큰 방향에서 재정분권 흐름이 흔들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앞으로 자치분권위원회에 남은 과제가 있다면.

지방자치법과 자치경찰제법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우선 내년에는 주민자치회가 안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 또 내년 상반기 안에 전국에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게 목표다. 제도를 만들어놓고도 지방이 준비가 안돼 실행이 늦어지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제2차 지방이양일괄법 준비도 핵심 사업이다. 고용노동 복지 지역뉴딜 같은 분야에서 사무이양 과제를 발굴, 구체적인 이양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 지방이양법 후속조치도 필요하지 않나.

내년부터 16개 부처 400개 사무가 지방에 이양된다. 자치분권 성과 중 하나다. 하지만 후속조치도 시급하다. 예를 들어 지방항만시설이 시·도에 이양되는데 따른 예산 확보가 필수다. 해양수산부와 달리 개별 시·도가 예산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은 균형발전특별회계로 해결했지만 만만찮은 숙제다. 교부세 형태를 고민하고 있는데 기재부가 반대한다. 매년 일정금액이 내려가는 게 불합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안정적인 수급방법이 아니면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문재인정부 핵심 국정과제이자 우리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헤쳐 나가는 시대적 소명이다. 가장 기본적인 바탕은 주민주권 구현이다. 지역주민 스스로가 지역문제를 결정하는 자치 역량을 키워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32년 만에 개정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비롯해 고향사랑기부금법 중앙지방협력회의법 주민조례발안법 자치경찰법이 제출돼 심의 중이다. 이들 자치분권 핵심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차염진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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