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심 '3.5(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법칙' 적용 안돼"

2020-11-24 12:39:03 게재

특검 "10억원 횡령 직원 징역 4년인데…"

전문심리위원 의견 청취 내달 7일로 연기

박영수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재판부를 향해 "3.5법칙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맹렬한 공세를 퍼부었다. 3.5법칙이란 과거 사법부가 재벌 총수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던 관행을 비꼬아 만들어진 말이다.

2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공판에서 특검팀은 "과거 재벌 총수들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3.5법칙'을 이번 건에 적용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만약 3.5법칙이 적용된다면 중대한 위헌·위법적 결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을 받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3.5법칙은 돈이 있으면 무죄이고, 없으면 유죄라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대표적 사례다. 2000년대 이후 재벌총수 등은 횡령 또는 배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 3~5년을 선고받지만 항소심에서 대부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됐다. 예외는 SK그룹이나 CJ그룹 등 극히 일부만 손에 꼽힌다.

특검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정치보다 경제권력이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됐고, 삼성은 초일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며 "다른 그룹은 몰라도 재계 서열 1위인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 사이는 일방 강요에 의한 관계가 아닌 상호 윈-윈의 대등한 지위였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과거 삼성물산 직원의 10억원 횡령 범행에 징역 4년이 선고됐다"며 "(이 부회장의) 횡령액만 80억원에 이르러 직원보다 낮은 형이 선고된다면 누가 봐도 평등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삼성이 적극적·능동적 뇌물 공여를 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며 "수동적 소극적 지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삼성의 지원 역시 다른 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며 "승마지원도 직접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는 점에서 요구 강도도 훨씬 더 강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또 "사전에 목적을 미리 정해두고 (재판이) 구색 맞추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재판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으로, 법정 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양형과 관련해 준법감시위원회를 운영하게 했고 전문심리위원단을 통해 준법감시위 운영을 평가하기로 했다. 전문심리위원들은 지난 17일과 19일, 20일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의 준법감시위 사무실을 찾아 면담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동안 특검 측은 전문심리위원단에게 충분한 심리기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국내 최대 기업인만큼 준법감시위 활동을 점검하고 이를 정리해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지난 기일에서도 특검과 상당한 언쟁이 벌어졌다.

특검은 "평가사항에 대해 실효적 검증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토론중"이라며 "제3자 전문가 의견을 듣는 절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도 "삼성의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지속가능성 확인은 맨땅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10개월간 자료가 축적됐고 노력해서 충분히 기간 내에 마칠 수 있다"고 맞받았다. 결국 재판부는 오는 30일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가 12월 7일로 연기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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