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된 방위비협상 돌파구 찾을까

2020-12-01 11:13:11 게재

미 대선 후 정권교체기에 첫 화상 협의 … 미 의회도 태도변화 주문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증액 요구로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한미가 30일 양측 협상단 간 화상협의를 열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현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발언하는 수오지 미 하원 의원 | 톰 수오지 미국 민주당 소속 하원 의원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한미동맹 결의안이 하원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도나 웰튼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는 공평하고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를 조속히 도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화상 협의에는 양측 협상대표 이외에 한국 외교부·국방부, 미국 국무부·국방부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번 화상협의는 미국 대선 이후 처음으로 공식자리에서 방위비 문제를 다룬 회의다.

양측은 공평하고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를 조속히 하자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를 고집할 경우 남은 임기 내에 협상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협의는 그간 미국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방위비 대화에 장기간 공백이 있었던 상황에서 양측 협상단이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인식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경비 가운데 올해 한국이 부담할 금액을 결정하는 제11차 SMA 협상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7차 회의 이후 장기간 교착 상태다. 당시 한미는 작년 분담금(1조389억원)에서 13%가량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잠정합의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증액규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지난 7월 협상 대표까지 교체했지만 더 이상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는 좀처럼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 대선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점이 향후 방위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방위비 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동맹보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웠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복원'을 강조한 바이든의 정책기조가 협상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트럼프 식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요구는 협상타결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동맹관계마저 금이 가게 한다는 여론이 미국 내에서도 비등한 상태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 하원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2건의 한미동맹 결의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한국계 미국인의 공헌 평가' 결의안은 톰 수오지(민주·뉴욕) 의원이 제출했고, '한미동맹이 상호 이익이 되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전환한 것을 인정'하는 결의안은 아미 베라(민주·캘리포니아) 외교위 아태소위원장과 테드 요호(공화·플로리다) 의원이 공동 제출했다.

수오지 의원 결의안에서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진통을 겪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에 대해 "상호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다년 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라 의원과 요호 의원의 결의안에서도 양국이 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우선시하고 상호 합의 가능한 조건에 도달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합리적 수준에서 방위비 협상이 타결돼야 바이든 정부가 천명한 '동맹회복'이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미국 경제가 어렵고 민주당 내에서도 동맹국들이 적정한 비용분담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 지나친 기대는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난 3월말 잠정합의안을 넘어서는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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