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와 금융회사의 본격화된 경쟁│③ 금융신뢰 증진과 소비자보호

금융혁신으로 빅테크 영향력 확대 … 주요국, 고객보호 규제강화

2020-12-29 11:51:48 게재

아마존 은행업 진출의사에 일본 규제 재정비 … 핀테크 장려하던 영국, 규제로 방향 틀어

아마존은 미국에서 금융기관들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금융업을 확장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엄격히 막는 금산분리 규제가 강한 미국에서 금융업 관련 인가를 받는 대신에 기존 금융회사와 협력관계를 맺는 방식을 택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마존은 JP모건·캐피탈원 파이낸셜과 함께 계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BOA(Bank of America)와 소액대출서비스, 싱크로니 파이낸셜과 신용카드서비스, 버크셔 해서웨이와 함께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3년 인도 시장에 진출해 금융 스타트업들에 대대적인 투자로 인수합병을 벌이면서 전자상거래 시장과 금융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멕시코에도 진출해 멕시코은행과의 제휴로 직불카드를 출시하고 전자상거래와의 연동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M&A 통해 공격적 시장 확대 =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알파벳,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5대 빅테크 기업이 지난 10년간 약 500건, 161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점유율을 잠식할 가능성 있는 경쟁사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빅테크 기업이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가 촉진될 수 있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운영해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빅테크 기업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빅테크가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독점적인 금융상품 판매채널을 구축할 경우 금융소비자의 이익이 아니라 기업 이익에 따라 금융상품이 판매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금산분리 규제가 엄격한 미국을 피해 2017년 일본에 은행업 인가 신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아마존은 2019년 일본 내 회원수 4963만명을 기록해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라쿠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아마존이 은행업 진출 의사를 밝힌 것과 맞물려 금융법제 재정비에 나섰다. 일본 금융청은 2018년 '동일 기능, 동일 리스크, 동일 규제 원칙' 적용을 골자로 기존의 업권별(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규제를 기능 및 리스크 체계로 재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빅테크 기업이 금융회사와 사실상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동일한 위험을 수반함에도 조직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규제가 다를 경우 서비스 제공자 간 공정경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빅테크에 대한 데이터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IT기업들이 거래 정보를 의무적으로 정부에 보고하도록 '디지털 플랫폼 기업거래 투명화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금융회사와 동일한 규제 필요성 커져 = 영국에서는 2013년 정부가 핀테크 기업의 은행업 진입을 최초로 허용하는 등 규제개혁이 이뤄지면서 핀테크 산업이 급격히 성장했다. 핀테크 산업 지원을 위한 금융혁신 지원프로그램 도입, 규제 샌드박스 시행, 빅테크의 지급결제계좌 서비스 승인 등이 잇따라 진행됐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2019년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영국 상원은 "자율규제나 기존 규제체계로는 온라인 플랫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별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한 올해 4월 글로벌 연매출 5억파운드 이상, 영국 내 연매출 2500만파운드를 초과하는 IT기업에 대해 영국 매출의 2%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 과세부과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은 올해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빅테크에 의해 출시되는 새로운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기존 금융회사와 동일한 범위 안에서 소비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소비자는 빅테크를 이용할 때 예치금 보호, 강력한 데이터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과 같은 보호를 기대하지만 빅테크에 적용되는 낮은 규제 강도로는 동일한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회사들도 빅테크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핵심인 주식트레이딩 업무를 대폭 축소하면서 소매금융업에 진출했다. 글로벌 대기업을 상대했던 골드만삭스가 소매금융업에 진출해 '마커스'라는 일반인 대상의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를 실시했다. 골드만삭스의 2015년 기술부문 투자액은 25억~35억달러에 달했다.

◆기로에 선 금융회사들 = JP모건도 골드막삭스보다는 늦었지만 2017년 핀테크에 90억달러를 투자하고 2018년 투자액을 110억달러로 늘렸다.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통합적인 디지털 서비스에 나섰으며 그 선두에는 모바일 뱅킹 앱 핀(Finn)이 있었다.

하지만 핀은 출시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후 모바일 결제앱 '체이스페이'를 폐쇄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빅테크들의 성공과는 달리 기존 금융회사가 독자적으로 디지털화에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2017년 은행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감독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5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첫째, 기존 은행이 디지털화에 성공해 계속 패권을 쥔다. 둘째, 기존은행이 챌린저 은행이라 불리는 새로운 은행에 의해 대체된다. 셋째, 기존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상호분업이 이뤄진다. 넷째, 기존은행이 새로운 은행과 핀테크기업에 밀려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로 전락한다. 다섯째, 모든 금융서비스를 메가테크(빅테크 보다 더 커진)와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고 은행은 파괴된다.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으로 극단적인 전망까지 포함됐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본격적으로 디지털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부분 내년도 주요계획이 빅테크들과의 협력과 경쟁을 통한 디지털 체제로의 재편이다.

배기헌 금융결제원 책임연구역은 "빅테크 기업의 독점적 서비스 제공 가능, 위험의 전이 등 부작용을 고려할 때 빅테크 만으로 금융산업 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만큼 상호 밀접한 협조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이 협력할 경우 기존 금융회사는 디지털 전환 등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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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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