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유병자 200만 시대, 일상은 '각자도생'

2020-12-30 11:16:32 게재

10명 중 7명은 생존 … "치료 후 사회복귀 지원체계 도입 시급"

암 유병자 200만 시대.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생존하고 있지만 치료 후 음식 섭취나 요양 관리부터 일자리와 사회활동 등 일상으로의 복귀는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29일 밝힌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암 확진을 받아 2018년 현재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은 약 201만명으로 나타났다. 2017년 187만명보다 14만명이 증가했다.

또한 최근 5년간(2014∼2018년) 암환자 10명 중 7명(70.3%)은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2001∼2005년)에 진단받은 암환자의 5년 생존율(54.1%) 보다 16.2%p 높아졌다. 여자(77.1%)가 남자(63.8%)보다 높았다. 이는 생존율이 높은 갑상선암과 유방암이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암종별 생존율을 보면, 갑상선암(100.0%) 전립선암(94.4%) 유방암(93.3%)이 높았고, 간암(37.0%) 폐암(32.4%) 담낭 및 기타 담도암(28.8%) 췌장암(12.6%)은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낮았다.

10년 전에 비해 생존율이 10%p 이상 상승한 경우는 위암(19.0%p) 간암(16.5%p) 폐암(15.8%p) 전립선암(13.4%p)로 나타났다.

이런 지표들에 대해 정부는 암 예방과 조기검진을 강화한 정책과 암치료 기술의 발달 등의 결과로 평가했다.

실제 국가암검진사업 대상인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 6대 암의 5년 생존율은 미국 영국 등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암 질환 당사자들은 진단, 치료 과정, 일상으로의 복귀 어려움이라는 새로운 난제에 부딪힌다.

암 경험자인 정승훈 윤슬케어 대표는 "암 생존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로 투병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암 환자라는 낙인이 자신의 경력에 오점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대표는 "암 환자라서 약하고 업무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고 조직 내에서 어떻게 암 경험자를 대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되지 않고 있다"며 "암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기에 합리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국립암센터는 암치료 후 완치된 환자와 가족의 건강관리, 심리상담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암 생존자 통합지지사업'을 2017년부터 시범사업을 거쳐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200만 암유병자들의 일상 치유활동과 일자리 복귀나 취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서정주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부장은 "암유병자 치료 후 안심하고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암 치료 후 겪을 수 있는 심리 사회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진단 초기부터 사회복귀를 염두에 둔 개인 맞춤형 상담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서 부장은 "일터에서는 암 치료 중, 그리고 복귀 후 합리적 배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증질환 경험 동료에 대한 인식개선과 지원, 그리고 포용적 조직문화를 갖추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암 예방 -치료-사후 관리 등 전 주기적 암관리 정책을 담은 제4차 암관리 종합계획(2021∼2025년)을 내년 초 발표할 예정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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