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들인 땅에 건축폐기물 … "매도자 책임"

2021-01-04 11:19:26 게재

SK디앤디, 이랜드파크에 승소

SK그룹 관계사가 이랜드그룹 계열사로부터 사들인 땅에서 수천톤의 건축폐기물이 나왔다. 이 폐기물을 치우는 데만 수억원이 들었지만 이랜드 측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하지만 법원은 이랜드 측이 폐기물 처리 비용을 SK 측에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SK디앤디가 이랜드파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랜드파크는 2009년 제주도 서귀포에 호텔을 짓기로 하고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땅과 호텔건물을 사들였다. 이후 2018년 7월 SK디앤디는 110억원에 이 땅 등을 이랜드파크로부터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1주일 만에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

SK디앤디가 사들인 땅에서 호텔을 짓는 중, 엄청난 양의 매립폐기물이 발견됐다. SK디앤디는 이랜드파크 측에 따졌지만, 자신들은 폐기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SK디앤디가 이랜드파크를 의심한 것은 땅을 사들이기 전에 철거공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랜드파크가 2009년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부지를 매수할 당시 공사가 중단된 호텔 건물이 방치돼 있었다. 이랜드파크는 2013년 방치된 호텔을 관계사인 이랜드건설에 2억8000만원에 철거공사를 맡겼고, 이랜드건설은 폐기물 철거를 다른 업체에 위탁했다. 결국 SK디앤디는 자신들의 돈 2억5000만원을 들여 7000톤이 넘는 건설폐기물을 치웠고, 이 비용을 이랜드파크 측에 청구했다.

SK디앤디는 "이랜드파크가 호텔 철거 과정에서 고의로 건설폐기물을 매립했거나 적어도 폐기물이 매립됐다는 사실을 알면서 방치했다"며 "다량의 건설 폐기물 매립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토지를 매각하고 인도한 것은 불완전이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질세라 이랜드파크는 "매매계약 체결 당시 폐기물 매립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호텔 철거 폐기물은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땅속에 있는 건설 폐기물의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재판부는 이 폐기물이 매립된 시기가 호텔 철거 시점인지 아니면 그 이전인지를 확인했다.

문제가 된 호텔은 1989년 경 공사가 시작된 후 2층 골조공사만 완료된 상태였다. 이랜드파크가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땅과 호텔을 사들인 2009년까지 골조는 그대로 존재했다. 이어 2013년 이랜드파크는 철거공사를 했다. 이후 SK디앤디가 2018년 매입 후 철거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호텔 지하 1~3m사이의 층에서 매립된 폐기물을 발견됐다.

재판부는 "이랜드파크가 호텔 철거공사를 한 시점까지는 폐기물 매립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고, 폐기물이 발견된 2019년 사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고 볼 사정도 없다"며 "폐기물은 이랜드파크가 토지를 매수한 2009년 이후 2013년 호텔 철거공사를 할 당시에 매립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이랜드파크는 폐기물이 지하에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폐기물은 25톤 덤프트럭이 320회 가량 운반해야 하는 거대한 양"이라며 "2013년 철거공사 당시 이랜드파크와 이랜드건설 측에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사 수급업체가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건설인데 이런 사정을 고려해도 이랜드파크 몰래 건축폐기물을 지하에 매립하는 의사결정을 하고 묻었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랜드파크가 건축폐기물 매립을 방치한 채 소유권 이전하는 것은 채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랜드파크는 SK디앤디에게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 즉 폐기물 처리 비용 2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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