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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9 11:45:14 게재

마약사범 2년 새 50% 늘어 … 추적기법 다양화로 적극대응 필요

이처럼 교묘해지고 있는 마약유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사기법 개발과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텔레그램 같은 SNS 다크웹 등 마약 구입경로가 다양해진 만큼 정부의 대응책도 유통경로를 사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정 향하는 '마약혐의' 황하나│집행유예 기간 중 또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곽대경 교수(동국대 경찰학과)는 "마약 조직이 국제택배 등을 통해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하면 점조직 형태로 아는 사람 중심으로 은밀하게 유통된다"며 "이런 특성 때문에 수사기관을 비롯해 외부에서 이를 인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정이 이렇다보니 강화된 집중단속이 총책은 잡지 못하고 하부 조직원이나 구매자 등 꼬리만 대거 검거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며 "함정수사 논란 등으로 아직까지 도입하지 못한 잠입수사(언더커버)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통해 공급 자체를 막아야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곽 교수는 "수사재량권이 확대되지 않으면 마약 사범들의 뒤만 ?아가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과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자들의 자유와 권리를 어느 정도 제약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약 청정국' 아니다 = 이런 양상이 경남경찰청 사례에서만 나타난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한국은 이미 '마약 오염국'으로 전락했다.

경찰이 검거한 마약사범은 2018년 7905명, 2019년 1만411명, 2020년 1만2209명을 기록했다. 최근 2년 사이에 54.4%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23일부터 12월 31일까지 2개월 동안 경찰 검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 합동단속으로 2460명의 마약 사범을 검거했다. 이는 1448명을 검거한 지난해 같은 기간의 합동단속에 비해 82.3%이나 늘었다.

경찰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마약 사범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로 과거보다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판매상들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SNS나 다크웹 등을 활용한 인터넷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접속을 위해서는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는 다크웹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접속자나 서버를 확인하기 쉽지 않아 국제공조 없이는 추적도 쉽지 않다.

실제로 경찰이 검거한 인터넷 마약 사범은 2018년 1516명에서 2020년 2608명으로 증가했다. 이들 중 다크웹에서 마약을 거래하다 붙잡힌 인원은 85명에서 748명으로 9배 가량 늘었다.

이처럼 인터넷이 마약 유통의 주요 수단이 되면서 인터넷에 익숙한 10·20대 마약 사범도 늘었다. 2018년 20대 마약사범이 1392명이었던데 비하면 2020년 3211명으로 2.3배 증가했다. 전체 마약 사범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17.6%에서 2020년 26.3%로 커졌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마약이 특정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평범한 일반인들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해 적발된 인터넷 마약류 판매 광고건수는 9469건으로 전년(1492건)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이주노동자 등 외국인 증가 = 외국인 마약사범도 증가도 우려스런 부분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동남아출신 이주노동자 사이에서 마약이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마약 유통조직이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고, 조직원이 불법체류자인 경우가 많아 추적 등 수사가 쉽지 않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실제로 2016년 이후 평균 600명대를 유지하던 외국인 마약사범은 지난해 1000명을 넘어섰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태국인 근로자들이 '야바'를 국내에 밀반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태국어로 '미친 약'을 뜻하는 야바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에 카페인 등을 섞어 만든 신종 향정신의약품이다. 일반적인 필로폰과 달리 노란색이나 붉은색을 띠고 있으며 정제나 캡슐형태로 포장이 가능해 의약품으로 위장하기 쉽다. 특히 효과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필로폰과 유사하면서 가격은 절반에 불과해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2019년 국내에서 검거된 외국인 마약사범의 절반 가량이 야바를 밀수입한 태국인이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해 6월 태국 국적의 A씨 등 7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 A씨 등은 전남 지역 농촌을 돌아다니며 이주노동자들에게 야바·필로폰·대마 등 마약을 판매하고 자신들도 투약했다.

또 칠곡 성주 등 경북지역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야바와 필로폰을 유통한 6명과 기숙사 공장 등에서 상습투약한 22명 등 불법체류 태국인 28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한국은 마약오염국" 연재기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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