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마약 오염국 ①

사이버 공간으로 숨어든 마약, 일반인 노린다

2021-01-19 12:27:46 게재

초범·20~30대 구매 증가

SNS·다크웹이 유통경로

#1.지난해 9월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흡입한 혐의로 한 공단 직원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지난해 2~6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산 대마초를 여러 차례 흡입했다.

#2. 2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인터넷으로 구매 한 필로폰을 자신의 집과 차 안에서 투약했다. A씨는 필로폰을 연기로 흡입하거나 음료에 타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흥업소 종사자, 연예인, 재벌 자녀 등 특정인들에 국한됐던 마약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만 1만2000여명에 달한다. 특히 유통경로가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SNS나 다크웹(비밀 웹사이트) 등에 익숙한 20~30대 마약사범이 급증했다.

실제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최근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해외에서 밀반입한 마약류를 유통하거나 구매한 90명을 검거했다. 구매자는 초범(88.9%)이거나 20~30대 (85.6%)가 대부분이었다. 유통수법은 SNS에 판매 광고를 올린 뒤 구매자가 가상통화 등으로 입금하면 마약을 숨겨둔 장소인 ‘좌표’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이용했다. 이들이 유통시킨 마약 중에는 국내에서 처음 검출된 합성대마류인 ‘엠디엠비-페니나카’도 포함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찰도 서울·경기남부·부산경찰청에 전문수사팀을 설치하고 SNS, 다크웹 수사를 강화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신종 마약 탐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또 해외를 기반으로 하거나 국내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한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현지 사법기관과 공조해 반드시 검거·송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찰에 적발된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망이 잘 갖춰지고 국제택배와 우편 등 물류시스템이 발달한 한국이 진화하는 마약범죄에 취약한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구매자가 다크웹이나 SNS 등 인터넷으로 해외 판매자에게 주문하면 마약이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로 집으로 보내진다. 결제는 추적이 쉽지 않은 가상통화로 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마약도 이른바 ‘직구’가 가능해졌다.

신종 마약 유입이 늘면서 세관 등에서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각국이 통관 과정에서 단속을 강화하자 마약조직도 이를 피할 수 있는 신종 마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종 마약은 기존 제품의 화학구조만 부분적으로 바꾼 합성화합물로 약효는 비슷하지만 기존 검사방법으로 검출할 수 없다. 마약상들은 이런 제품을 시장에 유통시킨 뒤 당국이 눈치채면 또 다른 제품을 개발해 단속망을 무력화시키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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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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