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다경계 안보여도 방사능 경계(警戒) 뚜렷하게

2021-01-21 10:49:13 게재
신일식 강릉원주대학교교수

바다는 열려 있다. 육지와 달리 바다는 국가 경계(境界)를 구분하는 철책도, 강물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댐도 없다.

그래서인지 바다에서 발생하는 환경 변화와 오염 사고는 전 인류에게 아주 심각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우리는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우려로 일시적인 수산물 소비의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정부가 발 빠르게 방사능 잔류허용기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후쿠시마를 포함한 인근 8개현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로, 다행히 수산물 소비 심리는 회복됐다.

여기에 더해 우리 정부는 방사능이 해수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지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 해양환경 방사능 감시·평가체계를 구축하여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 연근해 해역 71개 정점에 대해 분기별 방사능 검출농도를 조사하고 국내 수산물 안전성 확보를 위해 2011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어획, 양식, 원양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검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연근해 해수의 방사능 농도는 특별한 변화가 없고, 수산물에서도 단 한 건의 잔류허용기준 부적합 사례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일본산 명태, 가리비 등을 포함한 수입 수산물에 대한 원산지 표기 단속을 강화했고, 유통·판매 과정과 정보를 누구든지 쉽게 알 수 있도록 유통이력제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의 처분을 해양방출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이 내려지면 도쿄전력은 오염수 농도를 재처리해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춰 방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산물 방사능 안전 확보를 위한 그간의 우리 정부의 노력에 몽니를 부리는 듯한 일본의 태도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일본 아사히 신문은 일본 국민 55%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을 '반대'하고, 86%는 해양 방류로 인한 '수산물 피해를 우려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일본 국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논리를 앞세워 해양방출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한 후 희석하여 국제기준에 맞게 바다에 배출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와 인접국들에게는 다시금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맞서 우리는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하는 대신 다른 해결책을 찾도록 국내외적 연대와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그럼에도 일본이 끝내 해양방출을 강행한다면 현재 시행 중인 수입수산물 방사능 검사와 원산지 표기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국내산 수산물에 대해서도 지속적인방사능 검사를 통해 안전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조사결과는 상시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와 소비자, 생산자 모두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결국 정부의 수산물 안전관리 조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때에만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지 않고 소비자와 어업인 모두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