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투펀드 환매중단 8개월째 … 지지부진

2021-02-01 11:45:24 게재

금융당국, 자료요구 거부당해

홍콩 금융당국 조사도 '제한적'

라임펀드에 대한 피해배상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젠투펀드는 환매중단 8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사실관계 규명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금융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1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홍콩 금융당국에서 젠투펀드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다"며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어서 고민스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젠투펀드는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젠투파트너스가 국내에 판매한 외국펀드로 자문사는 홍콩에 있지만 운용사는 조세피난처인 영국 왕실령 저지섬에 등록돼 있다.

홍콩 금융당국이 자문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자금흐름은 운용사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홍콩 금융당국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으며 조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젠투펀드가 외국펀드로 국내에 등록돼 있다는 점을 이용해 젠투펀드 대리인을 통해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젠투펀드측은 홍콩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자료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젠투펀드가 국내에 등록돼 있어서 그걸 지렛대 삼아 조사를 해야 하지만 (자료요구를 거부한다고 해서) 등록취소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금감원에서 검사인력을 홍콩에 보낸다고 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운용사가 영국령에 있기 때문에 영국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지 않는 한 실체파악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IOSCO(국제증권관리위원회)를 통해 영국과의 국제공조협약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IOSCO협약에 따라 회원국들은 증권 및 파생거래 감독·정보교환 관련 국제협력을 맺고 있다. 협약에 따라 증권·파생상품 거래를 재구성하기에 충분한 현존 기록과 해당 거래와 관련된 은행계좌 등의 이체기록, 실질주주 및 관리인을 파악하는 기록 등에 대한 정보교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홍콩 금융당국의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영국 금융당국이 나설 것으로 보여 실태파악과 문제점을 확인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젠투펀드의 환매중단금액은 1조원 가량은 라임펀드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환매중단 규모는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가 42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증권 1451억원, 우리은행 347억원, 하나은행 301억원, 한국투자증권 179억원 등의 순이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542억원, 3105억원의 회사 고유재산을 투자했다가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젠투펀드 투자자들은 펀드의 환매중단 원인으로 지목되는 운용차입금 중도상환(AUM 트리거) 관련 내용을 펀드 가입 당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AUM 트리거는 '운용사의 보유 자산이 일정 규모 이하로 떨어지면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젠투는 일부 펀드에 대해 해외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투자하면서 이같은 조항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젠투가 투자한 해외 채권가격이 하락하면서 보유자산이 급감하자 트리거(중도상환 조항 실행)가 발생해 환매를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젠투펀드 환매중단 피해자 모임은 "젠투펀드에 투자한 법인들도 대응에 나섰다"며 "사모펀드 사태의 장기화로 라임·옵티머스 등의 그늘에 가려진 많은 사모펀드에서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으며 이들은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 피해자조차도 자신들의 직장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생업이 달린 문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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