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바이트댄스’ 중국 인터넷공룡 격전

2021-03-17 14:12:11 게재

중국 매체 차이신 “짧은 동영상과 음악스트리밍,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사활 건 혈투 벌여”


중국 인터넷 거물기업 ‘텐센트홀딩스’와 이에 맞서 떠오르는 도전자 ‘바이트댄스’가 영역다툼과 법적소송 등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당국이 거대 기술기업들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두 기업의 치열한 경쟁을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16일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텐센트와 바이트댄스는 인터넷기업 성장의 중추인 ‘트래픽’ 통제를 놓고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충돌하고 있다. 온라인게임과 소셜미디어 거물인 텐센트는 인기 애플리케이션 ‘위챗’에서만 10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위챗은 텐센트를 비롯한 자회사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한데 묶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바이트댄스는 3초에서 3분까지 짧은 동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는 플랫폼 ‘더우인’(틱톡의 중국버전)을 내세워 텐센트를 따라잡고 있다. 더우인의 하루 활동 유저만 6억명이 넘는다.

두 거물기업의 최근 맞대결은 지난달 초 벌어졌다. 바이트댄스는 텐센트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베이징법원에 고소했다. 위챗과 ‘큐큐 메신저’ 이용자가 더우인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막았다는 것. 바이트댄스는 9000만위안(약 156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텐센트는 바이트댄스의 소송이 ‘악의적인 망신주기’라며 맞소송을 예고했다.

텐센트와 바이트댄스는 3년 전부터 저작권침해, 불공정경쟁 등을 놓고 수백건의 고소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반독점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 소송이 중국의 기술부문에 대한 반독점법 집행에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동안 자유방임적 정책 기조를 보인 중국당국은 최근부터 기술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반독점 법제와 규제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시장지배력을 통해 경쟁자를 짓밟는 거대 인터넷 플랫폼을 겨냥해서다.

더우인은 올해 중국중앙방송(CCTV)이 주관 방영한 ‘춘절축제’ 스폰서 자격을 얻었다. 축제 기간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12억위안 규모의 온라인세뱃돈을 풀기로 약속했다. 이에 앞서 텐센트는 2015년 춘절축제 공동운영자로 온라인세뱃돈 지급을 처음 시작했다. 이후 해마다 열리는 춘절축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TV쇼가 됐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춘절연휴 동안 더 많은 온라인 트래픽을 점유하기 위해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펼친다. 전자상거래 거물 알리바바그룹과 검색엔진기업 바이두 역시 예전 춘절축제의 스폰서 기업이었다.

올해 춘절축제에 더우인이 스폰서가 된 것은 중국 인터넷 시장이 짧은 동영상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을 반영한다.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핀둬둬’의 한 관계자는 “CCTV 주관 춘절행사는 인터넷산업계의 미래를 보여주는 진정한 풍향계다. 짧은 동영상 플랫폼들이 사활을 걸고 이용자를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핀둬둬는 올해 스폰서 경쟁에서 더우인에 밀렸다.

‘중국인터넷방송서비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짧은 동영상은 메신저에 이어 2번째 인기 많은 앱이 됐다. 중국의 짧은 동영상 순이용자들은 하루 평균 2시간씩 이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로라모바일’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말 중국 인터넷 이용자들은 온라인 소비시간의 27.3%를 짧은 동영상 시청에 할애했다. 메신저 앱의 21%를 추월했다.

텐센트는 이같은 시장변화를 감지했다. 위챗은 더우인이 구축한 지배영역을 직접 공격하기 위해 지난해 앱 내에서 짧은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피드를 출시했다. 위챗의 새로운 서비스는 출시 석달 만에 하루 2억명 이상의 실사용자를 확보했다.

더우인도 가만있지 않았다. 카카오스토리와 비슷한 위챗의 모멘트를 따라잡기 위해 유사한 내용의 소셜미디어 피드를 출시했다. 이용자들이 상호소통하며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더우인 베이징 본사의 CEO 장 난은 “위챗이 계속 사업활동을 방해하면서 압박을 가하기에 소셜미디어에 진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독점 지적하며 치열한 싸움

텐센트와 바이트댄스 간의 경쟁과 소송은 2018년 초로 거슬러오른다. 당시 텐센트의 위챗과 큐큐는 바이트댄스가 서비스하는 더우인과 ‘시과비디오’, 뉴스앱 ‘진러 터우탸오’의 콘텐츠를 이용자들이 공유하는 것을 막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해 더우인과 진러는 애플 아이폰 유저들이 가장 많이 다운로드 받은 상위 5개 앱에 선정됐다. 자칫 위챗의 지배력을 위협할 수 있었다.

텐센트의 공유금지 조치에 이어 바이트댄스 창업자인 장이밍과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은 소셜미디어에서 서로를 겨냥해 가차없는 비난을 주고받았다. 장이밍은 2018년 5월 “텐센트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웨이시’는 더우인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비난했다. 공식적인 개전이었다. 한달 뒤 텐센트는 바이트댄스와의 모든 사업관계를 정리했다. 그리고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바이트댄스는 텐센트가 이용자 접근을 막았다는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같은 법적 분쟁의 첫번째 라운드는 양측의 화해로 끝났다. 양사는 소송을 중단키로 했다.

하지만 두 기업은 이후 더 많은 공격을 감행했다. 텐센트는 바이트댄스 공유금지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텐센트 이용자들이 더우인의 동영상을 공유하려면 콘텐츠를 단말기에 다운로드 받은 뒤 따로 올려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 더우인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중국 반독점법 17조를 위반했다’며 텐센트를 베이징 지적재산분쟁법원에 고소하면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기술기업들이 반독점행위를 이유로 법정소송까지 간 마지막 때는 2010년이었다. 인터넷보안기업 ‘베이징치후테크놀로지’는 반경쟁 행위 혐의로 텐센트를 법정으로 끌고 갔다. 그러나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반독점법에 비춰 텐센트의 시장지배력 지위를 정의내릴 수 없다’고 지적하며 텐센트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반독점 혐의 소송은 기술분야에서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텐센트 법무파트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거대 기술기업들은 경쟁자를 공격하기 위해 반독점 혐의를 들고 나오지만, 당국이 반독점 조치를 취할 때면 ‘반독점 정책이 너무 엄격해 기업의 활동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향배는 바뀌고 있다. 중국정부는 지난달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의 반경쟁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공식지침을 공개했다. 동시에 반독점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인터넷 부문에 더 적합한 법령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새로운 지침도 규제당국에 강력한 도구를 쥐어주지는 못했다. 거대 기술기업의 지배적 지위를 더 쉽게 정의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독점행위를 증명하려면 특정시장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난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인터넷 플랫폼과 관련된 사건은 플랫폼 기업들이 권력을 이용해 협력사들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려 한다. 지난 수년 동안 세간의 이목을 끈 중국정부의 반독점 조사가 실패한 것도 플랫폼 기업들이 활동하는 시장을 명확히 규정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음악, 게임에서 영역 다툼

두 기업은 법적분쟁과 함께 서로의 지배영역을 공세적으로 침투하고 있다. 음악스트리밍은 두 기업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여기엔 텐센트의 저작권 지배력이 있다. 텐센트의 음악사업부는 유니버셜뮤직과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포함해 전세계 200곳 이상 음악사, 2000만곡 이상의 권리를 갖고 있다. 이는 바이트댄스 플랫폼 이용자들이 생산해내는 다량의 콘텐츠가 텐센트의 저작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텐센트는 2018년부터 바이트댄스를 상대로 214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음악 저작권 위반으로 2000만위안 이상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트댄스측 관계자는 “텐센트뮤직과의 저작권 승인 협상은 언제나 힘겹다. 텐센트측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부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우인의 영향력이 급증하면서 힘의 균형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 한 동영상 사이트 관계자는 음악사들이 텐센트뮤직과 음악사용권을 논의할 때 더우인에 특별한 권리를 제공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우인에서 음악을 홍보할 수 없다면, 히트음악이 되기 어렵다”며 “텐센트뮤직도 더우인이 음악을 배급하는 데 점차 중요한 채널이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사람들은 텐센트뮤직과 더우인이 2019년말 비공개 동업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즉 텐센트뮤직이 더우인에 대한 모든 소송을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는 것. 하지만 더우인은 더 큰 야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더우인은 음악사들에게 접근해 ‘독점권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음악사들은 이에 조심스런 입장이다.

더우인에 이어 바이트댄스도 텐센트의 핵심사업에 침투하고 있다. 바로 온라인게임 부문이다. 바이트댄스의 플랫폼에서 텐센트 게임과 관련한 동영상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텐센트가 이를 겨냥해 여러건의 법정소송을 제기하면서다.

텐센트는 2018년 중반부터 시과비디오와 더우인을 상대로 23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아너 오브 킹즈’ 등 텐센트 게임 관련 동영상 콘텐츠를 삭제해달라는 내용이다.

2020년 11월 텐센트 본사가 위치한 선전시 지방법원은 더우인에게 한 사건과 관련해 ‘텐센트에 55만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더우인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바이트댄스 전 직원은 “텐센트 게임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판결을 받은 후 자체적으로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바이트댄스가 약 20개의 게임 개발업체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텐센트는 이를 두고보지 않았다. 바이트댄스와 관련 있는 게임 개발업체들에게 ‘협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고액을 제시하겠다’고 나섰다.

온라인게임을 둘러싼 과열 경쟁은 게임 관련 광고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다. 바이트댄스의 게임 광고 매출은 2018년부터 텐센트를 앞질렀다. 2020년 바이트댄스는 중국 최대 광고 플랫폼이 됐다. 1500억위안 매출을 자랑한다. 반면 텐센트 광고 매출은 1000억위안이 채 안된다.

서로의 영역에 침투하기

바이트댄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텐센트는 거대 규모의 위챗 이용자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짧은 동영상 플랫폼을 개발했다. 지난해 1월 위챗 앱 내에서 새로운 동영상 부문을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텐센트의 짧은 동영상 부문은 하루 2억8000만명의 활동자를 확보했다. 각 이용자는 한달 평균 9.5시간을 이에 소비한다.

위챗 창업자 앨런 장은 올해 1월 “동영상은 향후 10년 동안 소셜미디어의 왕좌로 군림할 것”이라며 “텐센트는 모든 채널을 동원해 새로운 동영상 플랫폼에 모든 인터넷 트래픽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터넷 네트워크 정보센터’(CINIC)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 중국 네티즌 85.6%인 7억7300만명이 짧은 동영상 플랫폼 이용자들이다. 2018년 말 1억2500만명에서 크게 늘었다. 중국 모바일시장 조사업체 ‘퀘스트 모바일’에 따르면 각 이용자들은 같은 달 평균 34시간을 짧은 동영상에 소비했다. 전년 동기 22시간에서 크게 늘었다.

더우인 역시 동영상 사업을 확대할 작정이다. 더우인의 장 난 CEO는 “더우인은 인류문명을 위한 동영상 백과사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입구로서,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으로 답을 찾아볼 수 있는 백과사전을 지향한다는 것.

바이트댄스는 위챗에 도전하는 또 다른 조치로 2019년 ‘둬산’을 출시했다. 문자가 아닌, 동영상을 주고받는 메신저다. 이용자들은 짧은 동영상을 기록하고 서로 공유한다. 72시간 뒤 자연스레 삭제된다. 하지만 둬산의 서비스는 즉각 위챗과 큐큐에 막혔다. 텐센트는 “바이트댄스가 위챗 이용자의 아바타와 닉네임을 무단 사용한다”며 소송을 걸었다.

더우인의 이용자 성장세가 절정에 다다르면서 바이트댄스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 인터넷 전문가는 “더우인은 소셜미디어 기능을 개발하면서 콘텐츠 플랫폼에서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트래픽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자체사업이 보다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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