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마존에 맞서는 K-커머스 수호자 쿠팡

2021-03-19 16:49:29 게재
이희석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코로나19가 몰고 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정치, 경제, 사회를 비롯해 삶의 방식과 태도 그리고 속도까지 모든 면에서 대변혁이 일어났다.

그 중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산업은 바로 이커머스다. 유통의 축이 온라인으로 넘어온 이상, 소비자가 다시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현재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을 점령했고 일본과 인도에서도 1위 사업자다.

알리바바도 중국만 평정한 것이 아닌,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주요 국가와 러시아 등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글로벌 유통 거인들은 이제 한국에도 손을 뻗쳤다. 세계 10대 이커머스 시장 중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점령하지 못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지만, 국내 시장은 쿠팡 지배력이 압도적이다. 국내 이커머스 역사는 쿠팡의 등장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파급력도 세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배송의 기준을 바꿨다. 주문 다음 날 물건이 도착하는 편리함은 이제 '상식'이며, '쿠팡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일상 속을 파고들며 고객의 삶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쿠팡이츠'와 '로켓프레시' '쿠팡플레이' 등 쇼핑, 배달, OTT 등 새로운 영역의 사업을 확장하며 서비스 범위도 넓히고 있다.

그런 쿠팡이 얼마 전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공식화하며 이커머스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알리바바와 아마존 외에 대안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전세계 쇼핑 시장에서 두 공룡과 한판 승부를 선언하며 글로벌 영토 차지를 위한 경쟁이 '3각 구도'로 재편될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쿠팡은 '글로벌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한국 시장을 지켜내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물류센터와 물류관리 시스템 투자 그리고 고용 창출을 통해 알리바바나 아마존이 넘볼 수 없는 경쟁력과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상장 후 조달한 자금으로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외에 7개의 광역 풀필먼트 센터 설립도 발표했다.

2025년까지 5만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해 대한민국 경제발전 기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협공에 맞서는 쿠팡에게 K-커머스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이 엿보인다. 쿠팡의 상장은 어떤 의미에서 K-커머스의 생존이다.

단순 쿠팡만의 성공이 아니라 국내 경제와 소비자, 이커머스 산업을 지키는 문제와 직결된다. 다행히 세계 최고 자본시장에서 쿠팡의 가치와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글로벌 수준의 자금 조달을 통해 이제 본격적으로 글로벌 커머스 업체와 정면 승부가 가능하다.

국내 1호 유니콘의 상장, 그것도 미 증시에 직상장하는 최초의 국내 기업 탄생을 눈앞에 두게 된 점도 남다르다. 한국 스타트업의 성장 모델이 세계 시장에서도 가치를 증명해 보이며 얼마든지 우위를 선점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쿠팡발(發) 훈풍은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 생태계에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물류 혁신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국내에서 체력을 단련한 쿠팡이 이제 미국 상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승전보를 울리길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BTS가 K-팝의 역사를 새로 쓴 것처럼, 쿠팡이 K-커머스를 수호(守護)해 세계 유통 강자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