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특수본, 기획부동산 수사도 시작

2021-04-01 11:28:10 게재

경기도 피해신고 45건 수사의뢰 … 압수수색 등 불법투기 수사도 속도내

#1.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80대 A씨는 기획부동산 법인 직원 B씨로부터 토지 투자 권유를 받았다. B씨는 화성시 남양읍의 한 임야 땅값이 2~3년 후 도시개발로 몇 배 오를 것이라고 말했고, A씨는 3필지(827㎡)를 1억8000만원에 구매했다. 하지만 A씨는 구매 가격이 공시지가보다 6배나 비싼 것을 알았고 화성시청으로부터 해당 토지의 개발 제한 해제가 어렵다는 얘기도 듣게 됐다.

#2. 경기도 평택에 사는 50대 C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기획부동산 법인으로부터 영업실적을 강요받았다. 이에 업체로부터 받은 철도ㆍ산업단지 등 호재를 바탕으로 용인시 수지구, 광주시 남종면 등에서 임야를 취득했고 지인들에게 '좋은 땅'이라고 권유해 매각했다. 하지만 개발 소식들은 거짓 정보였고, 근무하던 업체도 폐업했다. 결국 C씨는 자신의 재산과 지인들로부터 신뢰까지 잃게 됐다.
 

군포시청 압수수색 마친 경찰│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 달 31일 오후 간부 공무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군포시청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이 그 범위를 기획부동산으로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자치단체가 신고받은 의심사례들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이들 사건에 대해 빠른 속도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지사 이재명)는 1일 지난해 12월부터 '기획부동산 불법행위(피해)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한 피해 신고 제보 52건 중 선별 과정을 거쳐 45건을 경기남·북부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기획부동산 불법행위란 사실상 개발이 어려운 토지나 임야 등을 싼값에 사들이고 마치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번 수사의뢰는 지난해 12월 9일 경기도와 경기남·북부경찰청과의 '기획부동산 불법행위 근절 업무협약'에 따른 조치다. 협약 이후 경기도는 경찰과 긴밀한 공조관계를 유지하며 '기획부동산 불법행위(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해 왔다.

홍지선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기획부동산 불법행위는 서민들의 부동산을 향한 열망을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올해는 예산 1억원을 투자해 기획부동산 거래추적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소한 경기도에서 만큼은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못 치게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수사팀 규모를 1500명대로 확대하고 수사 범위도 기존 3기 신도시 및 지역개발 투기 외에 기획부동산 영역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획부동산 수사는 각 경찰서 단위에서 맡아 진행한다.

최승렬 국수본 수사국장은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사기행위나 공직자 등으로부터 개발정보를 취득한 행위 등 여러 형태의 기획부동산을 수사하게 될 것"이라며 "매년 해왔던 수사인 만큼 단속이 많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의 부동산 투기 강제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1일 대전교도소 관계자 부동산 투기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대전교도소와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했다.

대전경찰청은 대전교도소 교정공무원 D씨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인 명의로 대전교도소 이전 예정지에 투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에 착수했다. D씨는 2017년 12월 대전교도소 이전 장소가 확정되기 이전에 부인 명의로 2억여원을 주고 농지 2곳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수사 도중 한 지방본부에서 근무하는 E씨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경찰은 기존 수사 대상자에 대한 압수물 분석과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LH 직원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E씨의 공모 정황을 확인했다.

E씨는 광명·시흥 땅 투기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른바 '강 사장'과 지난달 30일 추가 입건한 현직 2명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전담수사팀은 1일 LH 전북본부 관계자를 불러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2일 수사팀 14명을 투입해 LH 전북본부와 사건 관계인의 자택·차량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LH 전북본부 관계자에게 출석요구를 한 것은 압수수색 이후 처음이다.

전북경찰청은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LH 직원 등 공공기관 임직원의 부동산 내부정보 부정 이용행위 6건을 적발해 수사하고 있다. 또 LH 전북본부 직원 등 2명을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으며 1명을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에는 경찰이 경기도 군포시 신도시 예정 부지에 토지를 매입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공무원에 대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지난달 31일 군포시청 사무실과 주거지 등 6곳에 수사관 24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앞서 군포시는 간부급 공무원이 지인 4명과 대야미 공공주택지구 2개 필지를 매입한 뒤 보상을 통해 수억 원대의 차익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당 직원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직원은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퇴직 후 주택을 건축하려 했을 뿐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도 이날 아산시의회 의장실과 자택 등 5곳에 수사관 20여 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황재만 아산시의회 의장은 아산 모종풍기도시개발구역 관련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해 부동산을 매입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곽태영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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