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기업공개로 활로찾기 분주

마켓컬리 상장준비 "우리도 봐 주세요"

2021-04-06 16:12:44 게재

코로나19로 덩치 커져 … 쿠팡 100조원에 자극 받아

공격적인 투자 있어야 가능 … 티몬·11번가도 상장

쿠팡 미국상장 이후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기업공개를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고 확보된 투자금으로 외형을 확대해 이커머스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새벽배송을 처음으로 도입한 마켓컬리가 본격적인 미국증시 상장에 돌입했다.

마켓컬리는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JP모간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기업공개에 대한 전문성도 가지고 있다. 김종훈 마켓컬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모간스탠리 출신이다.

마켓컬리는 2014년 출범해 새벽배송이라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급성장했다. 특히 로켓배송을 인정받은 쿠팡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만큼 마켓컬리 역시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액이 9523억원(연결 기준)으로 전년(4259억원)보다 123.5% 증가했다. 이는 주요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매출액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 지난해 매출은 1조2941억원(거래액 3조9236억원) 수준이며 홈플러스도 지난해 3월부터 2월까지 온라인 매출이 1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마켓컬리 매출 급증은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쇼핑증가에 따른 것이다.

다만 쿠팡과 마찬가지로 마켓컬리 역시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마켓컬리 지난해 영업손실은 1162억원으로, 전년 1012억원보다 150억원 가량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누적 영업적자는 2600억원 수준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이 4200억원 수준이어서 누적 영업적자를 고려해도 자금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켓컬리는 쿠팡 상장 당일(3월 11일) "연내 상장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슬아 대표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연내 상장 계획을 금융인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마켓컬리 기업공개를 두고 "쿠팡 상장에 자극받은 결과"라고 평가한다. 쿠팡을 이끌고 있는 김범석 의장과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닮은 점이 있다. 김 의장과 김 대표 모두 외국에서 공부한 뒤 금융투자계통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김 의장은 미국 하버드대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김 대표는 미국 웰즐리여대 졸업 후 골드만삭스와 맥킨지에서 일했다. 이후 두사람은 해당 경력을 살려 각각 쿠팡과 마켓컬리를 한국 대표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매출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마켓컬리는 상장 전까지 공격적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미국증시 상장에도 성공했다.

패션업계 이커머스 업체들도 성장이 가파르다. 2018년 4500억원이던 무신사 거래액은 2019년 9000억원으로 두배 뛰었고, 지난해에는 1조2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그재그(7500억원) 브랜디(3000억원) W컨셉(3000억원) 에이블리(3800억원) 등 여생패션 플랫폼 거래액도 상당하다.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상장 기대감이 가장 높은 기업은 무신사다. 무신사는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2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이미 기업가치 2조원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고성장을 이어가며 현재 기업가치는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패션 이커머스 업계에서 무신사와 지그재그(크로키닷컴)는 실제 이익을 내고 있어 상장 1순위로 꼽힌다.

무신사는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투자받을 당시 투자조건에 '5년 이내 상장' 조항이 붙었다. 이 경우 무신사는 2023년까지 상장을 해야 한다.

티몬도 국내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 11번가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으로 거론된다. 특히 2018년 국내 기관투자자로부터 5000억원 투자를 받으며 2023년까지 상장을 통해 투자 회수를 약속한 만큼 11번가 상장 추진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당시 11번가 기업가치는 2조원 내외로 평가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미국상장으로 기업가치가 100조원 평가를 받은 만큼 국내 이커머스기업들이 고무된 분위기"라며 "상장 전까지 매출과 수익을 유지시키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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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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