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쿠팡발 이커머스산업 재편 가시화

'쿠팡·네이버' 2강 장악력 더 커질 듯

2021-04-06 10:54:41 게재

투자여력·수익모델 압도 … 카카오·SSG닷컴 맹추격 속 중하위권 고전

쿠팡이 지난달초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100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자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는 내심 환호성을 터트렸다.

'쿠팡처럼 될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쿠팡의 강력한 경쟁자인 네이버쇼핑과 후발주자인 카카오커머스, SSG닷컴에겐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왔다. 쿠팡발 이커머스산업 재편 때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신세계그룹이란 강력한 버팀목 덕분에 이커머스시장 선두권으로 평가 받는다.


반면 티몬 위메프 등 중위권 업체들에겐 시련의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이커머스 공룡간 주도권 경쟁의 틈바구니속에서 소외될 수 있다. 쿠팡처럼 상장을 하거나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지마켓, 옥션) 인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시기나 규모면에서 역부족인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가 이들 가치를 쿠팡보다 낮게 평가하는 이유다.

5일 유통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0% 급등했던 쿠팡 주가는 이틀날인 12일에는 전일대비 0.78달러(1.58%) 내린 48.4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쿠팡 시가총액은 872억달러(99조1028억원)에 달한다. 코스피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쿠팡 주가는 5일 현재 47달러로 상장 초기보다는 다소 떨어져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쿠팡의 화려한 뉴욕증시 데뷔가 국내 이커머스산업 재편을 촉발시킬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당장 쿠팡, 네이버쇼핑 '2강' 시장장악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상장으로 투자금 5조원을 벌었다. 2020년 네이버쇼핑 거래액의 18%, 이마트가 지난해 벌어들인 이익 20배와 유사한 규모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실탄'을 가장 많이 확보한 셈이다.

탄탄한 경영이 강점인 네이버쇼핑 응전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쇼핑 지난해 거래액은 30조원으로 쿠팡(22조원)보다 많다. 시장점유율도 18.6%로 쿠팡(13.7%) 이베이(12.4%) 11번가(6.2%)에 앞선다.

금융투자업계는 네이버쇼핑 가치를 최소 28조원에서 최대 63조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수익성을 앞세운 카카오커머스 역시 재편구도에서 버틸 힘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커머스는 관계 중심 특화 커머스라는 독특한 사업모델로 경쟁자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틈새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다크호스(복병)인 셈이다.

허제나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쇼핑과 카카오커머스 2개사 1분기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비 36.8%, 17.1%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네이버쇼핑거래액 증가율은 판매자와 소비자 양방향 편의성 개선 효과로 시장성장률을 상회하고 있고 카카오커머스는 배송상품 중심 선물하기서비스와 공동구매서비스 '톡스토어' 성장으로 거래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SSG닷컴 역시 쿠팡발 이커머스산업 재편 수혜주로 꼽힐 정도로 생존경쟁력이 강하다는 평가다.

SSG컴의 경우 공격적인 자체 물류센터 확장, 네이버와 지분 교환 등 경쟁력 강화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마트와 네이버가 지분교환과 전략적 협업이 있을 경우 네이버의 기술력을 활용하거나 네이버가 투자한 회사 등과의 제휴를 기대할 수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 거래금액 증가, 오프라인 부문의 효율적 향상이 가능하고 쿠팡의 중장기적 위협에 대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SG닷컴은 하루 배송 능력을 현재 12만5000건에서 오는 2025년 37만5000건으로 3배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중하위권 이머커스들 미래는 밝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실적만 봐도 그렇다. 이베이코리아 2020년 매출액 성장률은 18.7%였고, 11번가는 2.8%였다. 위메프는 되레 17.0% 감소했다. 이커머스 전체 성장률(5년 평균 20%대)을 밑돈다. 연내 기업공개(IPO)를 앞둔 티몬의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쿠팡 효과'에 힘입어 기업가치 재평가를 받을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회의론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티몬 기업가치 상향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쿠팡이 미국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한국 온라인 유통시장의 '절대적인' 사업자로 인정 받았기 때문인데 11번가나 티몬 같은 경쟁 업체들 도태를 전제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쿠팡은 직매입·배송 인프라를 기반으로 온라인 유통시장 실질적 1위 사업자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고 SSG닷컴은 식품 온라인시장 포털사이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반면 11번가 티몬은 오픈마켓으로 쿠팡·네이버쇼핑 수요와 100% 겹쳐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혼돈의 이커머스시장에 승자와 패자가 점점 명확하게 갈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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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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