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태 이후 회계개혁 점검 | ③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내부회계 감사결과는 문제 있는 기업에 대한 선행 메시지"

2021-04-09 14:41:42 게재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규제기준 마련 중 … "제도 잘 갖춘 경영진, 면책 등 인센티브 줘야"

[인터뷰] 이재은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그동안 기업의 내부회계관리는 회사가 상장폐지 직전에 가서야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내부회계관리에 대한 외부감사(회계법인)가 도입되면서 감사결과는 회계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들에 대한 선행 메시지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재은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공인회계사)는 8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결과를 투자자들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도입됐을 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내부회계관리 감사에서 지적받은 문제점을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며 "내부회계관리 감사보고서를 적시에 제출하지 못하면 나중에 적정 의견을 받는다고 해도 내부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해 회사가 갖추고 지켜야할 재무보고에 대한 내부통제를 말한다. 외부감사법에 따라 2005년부터 기업에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그동안 기업의 내부회계관리는 외부감사인이 '검토'하는 수준에 그쳤다. 2018년부터 새로운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상장회사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검증은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됐다.

◆회계부정 원인은 부실한 내부통제 = 미국에서는 2001년 엔론·월드컴 등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을 계기로 경영진에게 직접 회계 책임을 물리는 사베인스-옥슬리법이 제정됐다. 회계부정의 원인 중 하나가 '부실한 내부통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과거 기업 내부통제의 초점이 효율성과 효과성, 규정준수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회계투명성이 대단히 중요해졌다"며 "대규모 분식회계 발생 등으로 내부회계관리에 대한 외부감사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시행 초기다.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2019년 사업연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2020년 자산 5000억원 이상, 2022년 자산 1000억원 이상, 2023년 자산 1000억원 미만 등으로 기업에 단계적 확대 적용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대기업들은 내부회계관리 감사에 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반면에 중소기업은 지나친 규제라는 관점이 강해서 대기업과 온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도 내부회계관리의 원래 취지를 살려서 회계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중소기업에 과중한 부담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완화된 기준을 준비하고 있으며 조만간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위원회는 '중소기업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기법(안)'을 제정 중이다.

◆중소기업에 형식적 적용 '우려' = 이 교수는 "중소기업 여건에서 지나치게 기준이 상세하면 어려움이 있고 형식에 너무 치우칠 수 있다"며 틀에 박힌 기준 적용을 우려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에 내부회계 감사부서를 설치하라고 할 경우 인력운용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럴 경우 어떻게 감사부서를 설치하지 않고 실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지침이 제시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항목들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내용이 중소기업 지침에 담길 것"이라며 "회계투명성 확보라는 원칙과 철학을 유지하면서 운영을 탄력적으로 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한해서는 내부회계관리를 약식으로 완화할 수 있지만 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계법인들이 개별 중소기업의 상황에 맞게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실질적으로 구축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일수록 회계법인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아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비용을 적게 투입하기 위해 다른 기업에서 했던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부서명만 바꾸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최고 경영진의 관심과 실천의지 중요" = 이 교수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실천의지가 핵심요건"이라며 "실효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이러한 뜻을 전사의 임직원에게 천명하고 지속적인 지지와 독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고경영자의 인식변화가 회계관리 등 내부통제를 기업 전체에 내재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고경영자가 내부회계를 직원들에게 맡기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된다"며 "최고경영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과 관련해 경영자 등의 자격기준은 '신중한 관리자' 개념으로 표현된다. 모범규준에도 경영자를 '회계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진 객관적 관리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 교수는 "경영진의 법적 책임 논란이 발생하면 경영진이 (신중한 관리자로서)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논리가 성립될 것"이라며 "종전 관행처럼 회계보고(재무보고)에 대한 전문지식과 운영을 담당부서장 등에게 위임했다는 설명은 경영진 및 지배기구가 신중한 관리자로서의 모니터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통제절차의 요구사항들이 기업문화와 조직체계에 내재화, 체화돼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산하조직별로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책임을 명확히 하고 성과평가까지 연계해 기업 전체 조직 차원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항구 개념 도입해야" = 최고경영자의 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내부회계관리를 잘해도 뜻밖의 사태로 인해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내부회계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기업에는 고의적인 회계부정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면책을 해주거나 감경요소로 반영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안전항구(safe-harbor) 보호 원칙'을 규정화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사례를 언급했다. SEC는 회계법인들에게 감사인의 독립성 관련 품질관리절차를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계법인들이 이같은 절차를 적절히 갖췄음에도 소속 파트너와 회계사들의 예외적 독립성 법규 위배행위가 발생한 경우 회계법인 차원의 책임을 면책하는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에 대한 SEC 지침에서도 '안전항구 장치'가 마련돼 있어서 경영자 책임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때 면책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도에 표시돼 있는 암초를 피해 배를 운항하던 선장이 지도에도 없는 암초에 걸릴 경우 면책을 받는 것처럼 경영진이 회계부정 당시에 최선을 다해 내부통제를 했는지를 따져서 책임을 가려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바라보는 회사와 경영진의 태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직접 못가는 상황 고려도" =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이 기업의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한 중요한 과제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이 변수가 됐다.

회계법인의 해외 공장 등 현장 방문이 제한되고 있어서 기업 회계에 대한 연결감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역시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해외에 현장 감사를 갔더니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결국 화상회의를 통해 온라인으로 점검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해외 계열사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새로 시작하는 제도에 대한 교육 등도 필요한데 이를 해외 관계사들에게 다 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로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더 철저히 회계감사를 해야 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기술적으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내부회계관리가 잘 돼 있으면 회계투명성이 높아진다는 실증적인 연구는 많지 않지만 회계투명성이 떨어지는 회사들은 내부회계관리 평가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내부통제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회사는 회계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실증연구를 통해서도 설명이 되고 있다"고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와 '감사' 차이]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해 회사가 갖추고 지켜야할 재무보고에 대한 내부통제를 말한다. 2018년 외부감사법 전면 개정에 따라 상장회사는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 적용됐던 '검토'보다 강화된 검증절차다.

'검토'는 회사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자체점검하고, 그 결과를 보고한 운영실태보고서를 대상으로 회계법인의 검증을 받는 방식이다. 점검결과에는 미비점 및 시정계획, 직전년도 시정조치 이행결과 등이 포함된다.

반면 '감사'는 운영실태보고서외에도 매출, 구매, 생산 등 주된 활동과 관련된 회사의 주요 내부통제 자체(설계와 운영)를 회계법인이 검증하기 때문에 검증대상이 크게 확대된다.

이와함께 '검토'는 감사인이 회사의 내부통제에 대해 담당자와의 질문 위주의 검증절차를 수행한다.

반면, '감사'는 내부통제와 관련해 회사가 작성한 문서를 검사하고 중요한 통제활동에 대해 재수행하거나 회사의 통제활동을 현장에서 관찰하는 등 내부회계관리제도가 효과적으로 설계 및 운영되는지를 감사인이 직접 검증하는 절차를 수행한다.

["코로나사태 이후 회계개혁 점검" 연재기사]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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