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되나
"SKT인적분할, SK(주)와 신설 중간지주사 합병으로 연결 가능"
SKT 자사주 소각으로 지주회사인 SK(주) 지분율 상승 … 출자 단계 줄여서 SK하이닉스 직접 지배가 최종 목적일 듯
SK텔레콤은 회사를 둘로 쪼개서 'AI & Digital Infra 컴퍼니 (SK텔레콤 존속회사)'와 'ICT 투자전문회사 (신설 SK중간지주)'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인적분할이 이뤄지면 회사 주주는 나눠지는 회사 두 곳의 지분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 자사주 소각에 따라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는 SK텔레콤의 지분 30.01%를 소유하게 됐고 인적분할을 통해 쪼개지는 존속회사(SK텔레콤)와 신설회사(SK중간지주)의 지분을 각각 30.01% 갖게 된다. 지주사인 SK(주)의 지분율은 자사주 소각 전 26.78%에서 30.01%로 상승하는 것이다.
SK그룹이 연내에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와 연관성이 있다. 덩치가 큰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로 있다 보니 하이닉스 자금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데 제약이 있어서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일이 필요해졌다.
여기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은 신규 지주사가 보유하는 상장 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높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지분율은 20.1%여서 올해를 넘기면 10%p를 더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분 확보에 8조~9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SK그룹 입장에서는 의무보유율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의 시동을 걸 수 있는 SK텔레콤의 인적분할 필요성이 올해 커진 것이다.
20일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SKT인적분할은 SK(주)와 신설 중간지주사 합병을 위한 1단계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밝힌 인적분할 계획은 존속법인인 SK텔레콤 아래에 SK브로드밴드 등 기존 통신사업을 두고, SK중간지주에 SK하이닉스와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반도체와 ICT사업을 두는 방안이다. 두 회사의 지주회사는 SK(주)다.
하지만 인적 분할을 해도 SK하이닉스는 SK중간지주에 속하는 만큼 SK(주)의 손자회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결국 SK(주)와 SK중간지주의 합병을 통해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올라오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자사주 보유와 소각, 어떤 의미가 있나 = SK(주)와 SK중간지주의 합병은 일단 SK(주)가 보유한 SK텔레콤 지분 30.01%를 SK중간지주의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선행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SK중간지주가 공개매수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SK(주)는 SK텔레콤 지분을 SK중간지주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을 통해 SK중간지주 주식을 교부받을 수 있다. SK(주)는 기존에 보유한 SK중간지주 지분 30.01%에, SK텔레콤 지분 30.01%를 넘기고 받게 될 신주를 통해 SK중간지주에 대한 지분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SK(주)가 SK중간지주에 대한 지배력을 높인 이후 SK중간지주와의 합병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실시하기 전에 자사주를 소각한 만큼, SK(주)와 SK중간지주의 합병이 어려워졌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자사주 소각과 합병 문제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SK텔레콤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았다면 SK텔레콤에 대한 SK중간지주의 지배력이 더 높아질 수 있지만, SK(주)와 SK중간지주의 합병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자사주는 본래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을 통해 의결권이 살아난다. SK텔레콤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인적분할을 하면 자사주를 존속법인에 둘 것인지 SK중간지주에 둘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SK중간지주에 자사주를 두게 되면 SK중간지주는 자사주만큼 SK텔레콤에 대한 의결권 있는 지분이 생긴다. 소위 말하는 '자사주의 마법'이다. SK중간지주는 자사주를 보유하는 동시에 SK텔레콤에 가야할 자사주도 가진 게 되기 때문에 SK텔레콤의 자사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부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SK중간지주는 의결권이 살아난 자사주(11.7%)를 포함해 SK(주)에서 넘겨받은 26.78%의 지분을 더해 SK텔레콤 지분 38.48%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향후 SK(주)와 SK중간지주가 합병을 하면 합병회사인 SK(주)는 결과적으로 SK텔레콤 지분 38.5% 갖게 되는 것이어서 인적분할 이전인 26.78%보다 지분율이 크게 올라간다.
SK텔레콤이 자사주를 소각함에 따라 SK텔레콤에 대한 SK(주)의 지분율은 30.01%로 3.23%p 상승했다. 전체 상장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분율이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인적분할 후 합병을 했을 때의 지분율 상승 보다는 낮다.
다만 자사주를 소각했다고 해서 합병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SK(주)와 SK중간지주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에도 합병회사인 SK(주)가 SK텔레콤 지분 30.01%를 보유하는 것이어서 지배력 행사에는 문제가 없다.
◆자사주 처리 안하면 공정거래법에 걸려 = 반면 SK텔레콤이 자사주를 넘겨받게 되면 SK텔레콤이 SK중간지주에 대해 자사주만큼 의결권 있는 지분이 생긴다. SK(주)입장에서는 SK중간지주 지분이 쪼개지는 것이어서 나중에 SK중간지주와의 합병에 도움이 안되고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지배구조가 복잡해져 실익이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SK텔레콤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인적분할을 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가 발생한다. 자사주를 SK텔레콤 또는 SK중간지주 어느 곳에 두더라도 지주회사 아래에 있는 자회사가 계열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갖게 되는 것이어서 공정거래법상 금지하는 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제8조의2)에 걸린다.
공정거래법은 회사의 분할로 다른 국내계열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게 된 경우 1년 이내에 처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SK그룹이 자사주 효과를 보려면 인적분할 후 1년 안에 SK(주)와 SK중간지주의 합병을 완성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의 문제로 SK텔레콤이 자사주를 소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통상의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라며 "인적분할에 따라 의결권이 생기는 자사주는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향후 SK(주)와 SK중간지주 시가총액 변수 =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은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1단계로 볼 수 있다. 2단계는 SK(주)가 보유 중인 SK텔레콤 지분을 SK중간지주 주식과 교환하면서 SK중간지주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정이다. 이후 SK(주)와 SK중간지주의 합병을 통해 완결되는 3단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SK(주)가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직접 지배하는 구조다.
하지만 합병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 합병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율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지분이 약해지면 SK그룹이 원하는 방식의 지배구조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현재 최 회장이 지주회사인 SK(주) 지분율은 18.44%다.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이 SK중간지주 대비 2배 이상이 되면 ㈜SK는 SK텔레콤 주식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교환할 때 더 많은 SK중간지주 주식을 받을 수 있다. SK중간지주에 대한 SK(주)의 지분율이 60% 가까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인 합병 과정에서 SK(주) 시가총액이 SK중간지주 보다 월등히 높아야지만 최 회장의 지분율이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1차적으로는 SK텔레콤 기업가치가 크게 올라야 하고 SK중간지주는 약세를 유지해야 합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궁극적으로는 SK(주) 주가가 상승해야 한다. SK(주)의 기업가치가 커져서 SK중간지주와의 합병시 분할비율이 압도적으로 ㈜SK에 유리해야 합병 이후 최 회장의 지분이 낮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K(주)와 SK중간지주의 분할비율이 최소 8:2, 9:1 정도는 돼야 합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SK텔레콤 주가가 올라야지만 SK(주)가 SK중간지주사와 주식을 교환했을 때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배권이 올라간다"며 "결국 합병을 위해서는 SK(주)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 “SKT 인적분할, 장기적으로 SK(주)와 합병 추진 가능성 높아”
▶ "인적분할·자사주소각 "주주친화적 지배구조 개선"
▶ 통신사업 한계 넘어 빅테크 기업 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