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사줄게"라며 사업부 분사하고 모른 척
2021-05-21 11:47:25 게재
법원 "위니아전자 '의무구매' 보상금 24억원 지급해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6부(임기환 부장판사)는 대우컴프레셔가 위니아전자를 상대로 한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우컴프레셔가 청구한 24억4200만원 중 24억1700만원을 위니아전자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우컴프레셔는 옛 대우전자의 압축기 사업부문이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대우전자는 수차례 주인이 바뀐 후 대유그룹에 인수됐다. 대유는 압축기 사업의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매각을 추진했고, 분사 및 매각 결정을 하게 됐다. 중소기업들이 투자해 대우전자 압축기 사업부문을 인수키로 하고 대우컴프레셔가 설립된다. 당시 대유 측은 200억원에 압축기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대신 대우컴프레셔가 생산한 제품을 5년간 사들이는 '의무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 사이 대우전자와 위니아를 사들인 대유그룹은 두 회사를 합쳐 위니아전자를 설립했다.
대우컴프레셔가 설립된 지 3년 만에 위니아전자는 품질불량, 높은 단가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납품 중단을 요구했다. 물건을 사준다는 조건으로 압축기 부분을 분사·매각해 놓고선 입장을 180도 바꿔 버린 것이다.
대우컴프레셔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위니아전자를 신고했다. 하도급법상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할 경우 공정위에 신고할 수 있고, 공정위는 조치에 나설 수 있다. 2년여간 분쟁 끝에 공정위가 이 사건을 공정위 전체 회의에 회부키로 하자 위니아전자는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로 대우컴프레셔와 합의를 했다. 하지만 후속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대우컴프레셔는 "위니아전자가 약속한 의무구매량에 해당하는 23억원 등 약정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위니아전자 측은 대우컴프레셔가 공급하는 제품의 불량률을 지적하며 반격했다. 위니아전자는 "2017년쯤부터 납품한 부품의 불량률이 급증했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아 제품 사용을 중단했다"며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수요 감소로 더 구매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불량률이 아닌 단가 문제로 이 사건을 보고 있다. 대우컴프레셔가 위니아전자에 공급하는 제품보다 중국 쪽 경쟁사 부품이 20% 가량 가격이 저렴했다. 중국 측 부품의 불량률은 대우컴프레셔보다 높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불량률을 핑계로 단가 깎기에 나선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니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니아전자가 대우컴프레셔에 제품 공급 중단을 통보할 당시 불량률은 0.128%에 불과했다. 2017년 4월부터 12월까지 납품된 23만3000대 중 불량은 300대 정도였다. 재판부는 대우컴프레셔의 불량 급증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라고 위니아에 요구했지만 객관적 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약속된 보상금 조항은 의무구매물량 미충족을 대비한 일종의 수익보장약정 성질을 갖는 약정금"이라며 "하자 부품으로 냉장고 완제품의 손해가 3억3000만원에 이른다는 주장에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우컴프레셔를 대리해 승소한 법무법인 한별 안병한 변호사는 "연속적으로 이어진 명백한 거래상지위남용으로, 민사소송을 통해 법원 승소 판결을 받은 사건"이라며 "사회에 만연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피해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될 경우 법원을 통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권리보호 요청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법원이 불공정행위 판단에 있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추가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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