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선거 부활 이후 25년의 효과
'소통령' 광역단체장, 잇단 대선 도전 … 새로운 인재발굴 통로
민주당 후보군 9명 중 6명 전·현직 도지사
"서울시장·경기지사, 무조건 대선 후보"
지방의원·기초단체장 국회입성도 많아져
철학·정책 등 능력 검증, 다양한 선택권
2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20대 대선 후보가 9명 정도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빅 3'로 불리는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전 총리는 6월 초에 동시다발적으로 출사표를 내놓을 예정이다.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청남도지사는 공개적으로 출마선언을 했으며 김두관 의원과 이광재 의원은 조만간 출마의사를 피력할 것을 예고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여의도에 선거사무실 계약을 완료하고 다음달 '인간 존엄'을 앞세운 책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대선전에 뛰어들 예정이다. 여기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도 출마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현직 광역단체장은 이재명 지사, 양승조 지사, 최문순 지사 등 3명이다. 전직 광역단체장은 김두관 의원(경남 지사), 이광재 의원(강원 지사), 이낙연 의원(전남 지사) 등 3명이다. 9명 중 6명이 전현직 지사 출신이다. 의원겸직을 활용한 행정부 총리·장관 경험이 있는 인사는 이낙연(총리), 정세균(총리·산업부장관), 김두관(행자부장관), 추미애(법무부장관) 등 4명이다. 행정부 경험이 없이 국회의원으로 포부를 펼친 인사는 박용진 의원 뿐일 정도다.
이같은 현상은 야권에서도 나온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홍준표 의원(전 경남 지사)가 전현직 광역단체장 출신으로 대선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소속의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조건 '대선후보군'에 들어간다. 비록 지난 4월에 선출됐지만 언제든 호출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의 대선도전은 상수로 굳어지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20대 대선에는 나오기 어렵더라도 21대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광역단체장=대선출마' 공식 역시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1995년부터 이어진 지방자치 경험 =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되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한 동시지방선거는 1995년부터 시작했다. 시·도의원선거, 시·읍·면 의원 선거, 시·읍·면장 선거, 서울시장 및 도지사 선거가 1960년을 마지막으로 끊어진 후 다시 복구된 게 1991년이었다. 첫 해엔 구·시·군의원선거와 시·도의회의원선거만 치르다가 4년 후에야 '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시행했다. 2회는 3년 후인 1998년에 이뤄졌다. 이후 4년마다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기초·광역 의원과 단체장을 새롭게 선출했다. 2018년 6월까지 모두 7번의 선거가 치러졌고 내년에는 8회로 넘어간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3회(2002년)에 48.9%에 그쳤던 투표율이 4회에 51.6%로 상승하더니 7회엔 60.2%까지 뛰어올랐다. 가장 큰 관심을 보인 1회(68.4%)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상승추세에 있다는 게 주목된다.
이같은 지방자치제와 동시지방선거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외부 영입 등 '깜짝쇼'에 의존해왔던 대선에 도전할 인사 배출경로가 다양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초·광역 의회나 기초단체장으로 일해온 인사들이 국회의원으로 들어오고 국회의원들이 광역단체장에 도전하고 광역단체장이 대선에 나서는 과정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얘기다.
◆검증 가능한 절차 = 지방 의회·행정부, 국회·중앙 행정부를 오가면서 검증된 인사가 대선에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인사 예산 조직 등을 통해 시정과 도정 운영철학을 펼치고 검증받았다는 게 가장 큰 자산이다. 또 유권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경로의 인재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폭이 넓어졌다는 장점도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주지사들이 대거 대선에 도전해 성공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조직 운영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펼쳐본 경험 등이 유권자들에게는 좋은 인상을 줬을 것"이라며 "특히 같은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국회 안에 있는 정치권 중심으로 만들어져온 후보군이 다양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외부 인사들이 들어와 대선에 나서는 등의 방식은 유권자들에게 검증할 시간도 주지 않는 등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광역단체장 등의 경험이 있는 인사들의 대선 도전은 실제 행정능력이나 의회와의 관계 등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권자에게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광역단체장의 대선 겨냥 정책이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출마 등은 오히려 도정이나 시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이 교수는 "광역단체장이 선출직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대선을 겨냥한 시정이나 도정 운영, 또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등 광역단체장 재선에 활용하려는 시도 등은 부정적인 부분이다"면서 "지방의회, 언론 등의 견제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