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울관문 '구천면로'에 색·문화 입힌다

2021-06-04 10:50:00 게재

강동구 6개 거점공간 중심

'걷고 머물고 싶은 거리'로

구도심 부흥·지역변화 계기

"서울과 지방을 잇는 가장 중요한 도로였어요. 2차선이지만 서울시 도로였구요."

이정훈(왼쪽) 강동구청장이 공무원.주민들과 함께 구천면로 거점 공간 중 한곳인 함께 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강동구 제공


서울 강동구 '구천면로' 이야기다. 조선시대부터 한양과 경기 충청 경상을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이자 강동구 중심도로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옛 영화를 잃었다. 주요 도로 기능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새롭게 생겨나는 시가지에 밀려 낡은 도로와 건축물이 밀집한 어두운 거리로 바뀌었다. 구천면로를 중심으로 1인가구와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이 다수 거주하고 있기도 하다. 강동구 전체 1인가구 가운데 45%가 일대 암사·천호권역에 거주한다.

강동구는 민선 7기 들어 구천면로를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시킬 계획을 세웠다. 5호선 명일역에서 천호초등학교 4거리까지 약 1㎞가 대상이다. 좁은 보도와 왕복 2·3차선 좁은 도로로 이루어져있는데 강동 구도심과 신도심을 잇는 중심부라 상징성이 크다.

낡은 건물을 일제히 헐어내고 도로를 확장하는 대신 주민들이 중심이 된 마을재생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희망을 잃어버린 불 꺼진 구천면로를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꿈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며 "강동구가 목표로 하는 '더불어 행복한 강동'에 가장 근접한 마을재생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 구청장과 주민들이 참여하는 경관사업추진협의체를 꾸려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했다. 인접한 암사1·천호1동 주민들도 사업설명회를 통해 머리를 맞댔다. 낡은 보도 교체와 전신주 이전, 문화·마을공동체 활동공간 조성, 낡은 건축물 외관·간판 개선과 건물 사이 골목공간 조성 등 3개 분야 43개 사업은 그렇게 마련했다.

지난달 '구천면로 문화·마을공동체 활동공간' 6곳이 문을 열면서 성과물들이 눈에 보이고 있다. 문화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던 일대 주민들의 문화 단절감을 해소하기 위해 구에서 공실을 임대해 새롭게 꾸몄다.

소상공인 상품을 소개·판매하는 편집가게(함께 가게)는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과 공정무역 가치 실현 등에 기여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공유부엌(373 맛-랩)은 예비창업자들에 음식 관련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예술을 매개로 지역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생활문화센터 예감', 공예가와 예비공예인을 위한 교육·전시실이자 주민들 체험공간인 '구천면로 공방'도 자리잡고 있다.

스타트업과 청년기업 등 홍보물 제작과 디자인을 지원하는 '9000 디자인창작실', 생활용품 편집가게를 갖춘 도서관 겸 독립출판 지원공간 '북카페 도서관 다독다독 3호점'까지 안팎을 꾸민 색깔부터 돋보인다. 공유부엌은 식욕을 돋우는 빨강, 생활문화센터는 강렬한 노랑, 함께 가게는 물품이 돋보이는 차분한 파랑으로 꾸몄다.

강동구는 6개 공간을 마중물 삼아 내년 6월까지 '강동형 마을재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명일동 평생학습관 옆에 동네숲을 조성했고 전신주 지중화, CCTV와 전기차 충전기를 연결한 '똑똑한 가로등', 일대 건물과 조화로운 간판 설치도 한창이다. 1인가구 지원센터를 비롯해 보건지소와 체력인증센터, 어린이식당을 갖춘 복합시설도 곧 선보인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지역에서 가장 어려운 구천면로 일대가 바뀌어야 진정한 강동의 변화와 도약이 시작된다"며 "주민 참여와 협력을 보장하면서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품은 미래지향적인 마을재생이자 '주민 모두가 만족한 사업'이라는 평을 듣도록 꼭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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