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재난지원금 또 '당정 갈등'?
여권, 백신접종률 상향·내수진작 필요성에 보편지원론 확산
기재부 '두터운 선별지원론' 무게 … 2차추경은 '긍정 검토'
여당 내 대선주자를 비롯한 여권 핵심부는 추석을 전후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10월이면 이른바 '집단면역'이 어느 정도 형성되는 시기여서 재정의 중심축이 '피해지원'에서 '경제 활성화'로 전환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4차례 재난지원금 가운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지원금이 경기 진작에 가장 큰 효과가 있었다는 통계를 내세우기도 한다.
반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기재부는 선별지원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자영업자 등 실제 피해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이 재정집행 원칙에도 맞고 경제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는 정부 역시 열린 입장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논쟁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왜 보편지원인가 =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1일 여당 원내대책회의였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피해계층 집중 지원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위해 포용적 양적완화정책 그리고 전 국민재난지원을 포함하는 추가경정 예산안의 편성과 처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여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언급하는 명분은 경기활성화다. 전국민에게 보편적 복지 성격의 지원을 해야 효과적 소비 진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인사들도 이 같은 맥락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5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민심을 잘 헤아리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서 "이렇게 경제가 안 좋을 땐 소비가 미덕으로, 소비해야 생산으로 연결돼 선순환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제를 살리려면 매출이 늘고 돈이 돌아야 한다. 당정청에 제2차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백신접종률 추이도 고려 = 시기적으로도 보편지급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보태진다. 백신 수급 불안이 해소되면서 전체 인구 대비 1차 접종률이 10%를 넘었다. 1차 접종자 수를 이달 말 1300만 명(25%), 9월 3600만 명(75%)까지 늘린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백신 접종 확산은 거리 두기 완화로 이어지면서 9~10월쯤엔 일상 회복 국면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이에 맞춰 8월 휴가철이나 9월 추석 연휴(20~22일) 이전 돈을 풀어 내수 진작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지금부터 당정 간 논의를 시작해 다음 달까지 추경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세수초과 현상으로 재정상황에 여유가 생겼다는 점도 재난지원금 지급 여지를 크게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세 수입 285조5000억원보다 15조원 이상 더 걷힌다는 뜻이다. 실제 올해 들어 세수 회복 흐름은 확고하다. 이미 1분기 국세 수입은 88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조원이나 늘었다. 그만큼 경기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을 웃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부는 한해 세입을 추정해놓고 이에 기반해 세출 계획을 마련한다. 세입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온다면 추가 지출 재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올해 2차 추경 여부에 대해 말할 때 세입 여건을 살피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실탄이 어느 정도 마련된 셈이다.
◆선별지원 강조하는 기재부 = 하지만 홍 부총리를 비롯한 기재부는 보편지원보다 피해계층에 집중하는 선별지원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초 홍 부총리는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이슈의 출발점이 된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 발언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정치권과는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하겠다"고 발언했지만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적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2차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선 정부 기류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을 최종 결정하는 곳은 국회이므로 결국 정치권과 여론의 향방에 재난지원금 성격이 좌우될 것"이라며 "백신접종률 추이나 경제회복 상황도 상당한 변수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