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먼저 '채무부존재확인소송' 가능

2021-06-18 10:47:50 게재

대법원 "보험금지급의무 다툼 있다면 확인의 이익 있어"

보험회사가 고객을 상대로 먼저 보험금책임이 없다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 제기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보험회사와 보험수익자 사이에 보험금 지급책임 존부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고인 DB손해보험은 A씨와 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후 A씨는 화물 리프트가 추락하는 사고로 사망했다. 보험수익자인 피고 A씨의 누나 B씨(보험수익자)는 A씨의 사망보험 가입 사실을 알고 DB손해보험을 상대로 상해사망보험금 2억100만원 지급을 청구했다. 그런데 DB손해보험은 A씨가 '직업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계약을 해지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피고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A씨는 보험 계약을 체결할 때 종사 업종을 '사무'로 고지했지만 실제로는 '플라스틱 도장업'이었다는 것이다. 해당 소송 도중 피고는 DB손해보험을 상대로 2억1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1심 법원은 DB손해보험의 채무부존재확인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의 보험금 청구를 인용했다. A씨가 직업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DB손해보험은 항소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기각했고 DB손해보험은 상고했다.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어떤 경우에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 등을 상대로 먼저 소극적 확인의 소를 제기할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확인의 소에서는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하고, 확인의 이익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하는데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인정된다"며 "보험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계약상 채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해 다툼이 있는 경우 법적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보험회사는 먼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소극적 확인의 소를 제기할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DB손해보험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지급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고 소송이 적법하다고 본 후 이를 전제로 항소심인 원심이 본안 판단을 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관 3인은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 등과 다툼이 있다는 사정 외에 추가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소극적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며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이 예로 든 '특별한 사정'은 보험계약의 체결이나 보험금 청구가 보험사기에 해당돼 보험회사가 범죄나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될 우려가 있다고 볼 사정이 있는 경우 등이다.

안성열 기자/변호사 sonan@naeil.com
안성열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