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언정치 '바닥' 보인 윤석열 … 국민의힘 '비공식 파일' 자중지란

2021-06-21 11:17:35 게재

윤측 'X파일' 논란, 대변인 사퇴 … 야권 악재 잇달아

이준석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면 수사기관에 넘겨야"

윤, 정치선언 부담 가중 "뜬구름 잡는 소리 하면 큰일"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선언을 앞두고 대변인 사퇴, 'X파일' 논란 등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파일의 존재를 폭로하고 윤 전 총장이 검증공세를 돌파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 본 야권 정치평론가를 놓고 자중지란이 벌어졌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준석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윤 전 총장의 '전언정치', 그리고 그에게 목매는 국민의힘의 민낯이 드러난 촌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무성까지 나서 "관련 없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X파일이라는 것의 내용을 알고 계신 분들이 있고, 그것이 형사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내용이라면 수사기관에 관련 자료를 넘겨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주시라"며 "도덕적으로 지탄 받을 일이라면 즉각 내용을 공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 하에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사퇴압박 등이 거셌던 만큼 문제가 될만한 내용이 있다면 이미 문제 삼았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언급되는 내용들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상 문제되지 않은 내용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내용 없이 회자되는 'X파일'은 국민들에게 피로감과 함께 정치권에 대한 짜증만을 유발할 뿐"이라고도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이 여권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느닷없이 음습한 선거 공작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며 "당 차원의 야권 후보 보호 대책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논쟁 소장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총장과 처, 장모의 의혹이 정리된 일부의 문서화된 파일을 입수했다"며 "(윤 전 총장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야당 보좌관 출신인 장 소장이 야권 유력주자를 겨냥해 꺼낸 '폭로'를 놓고 국민의힘 내에서는 날선 반응이 이어졌다.

'친박' 출신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회의에서 장 소장을 겨냥해 "며칠 전만해도 비전전략실 위원이었다"며 "큰 싸움을 위해선 내부의 적을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야권의 일부 인사들이 민주당과 내통해 그들의 세작(간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누가 봐도 윤 전 총장을 음해해서 상대 후보에게 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화살이 장 소장이 국회 근무 시절 보좌했던 김무성 전 의원을 향하며 해묵은 '계파논쟁'의 흔적도 떠올랐다. 김 전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장 소장은 2018년 3월 의원실을 떠나 평론가의 길을 걷게 된 이후 서로 왕래 없이 저 역시 TV로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이번 건은 저와 전혀 관련이 없으니 오해와 억측이 없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 소장 역시 "김무성 전 대표는 2018년 3월 제가 보좌관을 그만둔 후 교류가 없다"고 밝히고"(저와) 연관시키지 말아 달라"고 선을 그었다.

◆"윤 정치선언, 국민공감을" = 이달 27일 정치선언을 앞둔 윤 전 총장 측은 'X파일' 의혹에 대해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선임했던 대변인을 열흘 만에 내보내면서 뒷말을 낳았다.

조선일보 출신으로 윤 전 총장 공보를 맡았던 이동훈 대변인은 20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며 "이후 공보 관련 문의는 이상록 대변인에게 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공동대변인인 이상록 대변인은 "윤석열 전 총장은 18일 금요일 저녁 두 대변인을 만나 '앞으로 국민 앞에 더 겸허하게 잘하자'면서 격려했다"며 "하지만 이 전 대변인은 19일 오후 건강 등의 사유로 더 이상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동훈 대변인의 사퇴는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둘러싼 내부 혼선이 가장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 대변인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입당에 무게를 두는 발언들을 자주 했다. 그러나 이후 윤 전 총장으로부터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 등 전혀 상반된 취지의 발언들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이 스스로 입장을 내지 않고 고집해 온 '전언정치'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그의 정치선언에 쏠릴 국민의 눈길이 곱지 않을 것인만큼 부담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X파일이건, 대변인 사퇴건 사건 자체는 그렇게 중요치 않다"면서도 "그러나 이달 말 정치선언에서 윤 전 총장에게 쏠릴 관심은 더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가 입을 닫은 동안 '콘텐츠가 부족하다' '이준석과 토론해도 질 것'이라는 등의 각종 비관적 추측들이 비등하고 있다"며 "직접 첫 메시지를 낼 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구체적인 언어들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옛날식으로 추상적이고 알맹이 없어 보이는 단어들만 나열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라며 "뜬구름 잡는 선언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내다봤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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