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 1호 사업 '주민 눈높이' 맞추기

2021-06-23 12:09:20 게재

지역여건·주민관심 따라 우선사업 선정, 7월 본격시행 앞두고 '치안서비스 경쟁'

부산시 자치경찰은 개장을 앞둔 해수욕장 치안대책을 1번 정책으로 선정했다. 강원도는 경찰관들이 일하는 지구대·파출소의 근무환경 개선을 가장 먼저 추진한다. 대전시는 고위험 정신질환자 응급체계 고도화, 충남도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개설이 1호 정책이다.


자치경찰제가 다음달 전국에서 전면 시행된다. 대한민국 경찰 역사 76년, 지방자치 부활 30년 만에 맞는 역사적 변화다. 지방자치단체들이 30년 정책 경쟁을 통해 성장해왔듯 자치경찰도 과거의 일률적 치안활동을 넘어 '지역 맞춤형'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호 사업부터 시·도 경쟁 = 두세 달 시범운영 기간 시·도 자치경찰이 내놓은 1호 정책들은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인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는 해수욕장 개장을 고려해 '해수욕장 치안대책 수립'을 자치경찰위원회 1호 지시사항으로 의결했다. 6월 본격적인 해수욕장 개장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종합치안대책을 수립, 시민안전을 확보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부산시 자치경찰은 또 7월 순차적으로 개장하는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 교통안전대책도 주문했다. 테마파크 개장으로 교통수요가 폭증할 것에 대비해 사전에 수요분석과 안전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충남도 자치경찰위원회의 1호 사업은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개설'이다. 주취자와 관련 있는 기관들이 협력해 대응체계를 정립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주취자는 경찰관서에서 보호해왔는데 돌연사하거나 자해 행패 등으로 인해 현장 경찰관들의 부담이었다. 또 사건이 발생할 경우 출동시간을 지연시켜 치안공백을 불러올 위험도 컸다. 우선 서산의료원에 전용병상 2개와 경찰관 사무공간·장비 등을 구축해 주취자를 관리한다. 코로나19 지정병원이 해제될 때 천안의료원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논산 탑정호 교통사고를 계기로 주요 관광지 교통·도로 안전점검에도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지난 4월 5명의 대학생이 운전 중 호수에 빠져 숨진 사고가 발생한 뒤 후속대책으로 지역의 주요 관광지 교통·도로 안전점검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대전 자치경찰 1호 사업인 고위험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지원도 눈에 띈다. 생활안전과(생활질서계) 소속 전문인력 2명으로 꾸려진 지원팀이 정신질환 관련 112 신고 접수 뒤 응급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신설 하루 만에 첫 사례도 나왔다. 지난 15일 오후 6시쯤 대전 대덕경찰서 중리지구대가 정신질환을 앓는 A씨를 제압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겼는데, 평소 같으면 6~7시간 걸렸을 병원 대기 시간이 2시간으로 확 줄어들었다. 그만큼 치안공백을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시민 눈높이 맞춘 '어린이 안전' = 인천시와 광주시, 경남도 자치경찰은 1호 사업으로 '어린이 안전'을 선택했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인한 변화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춘 정책이다.

인천시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안전 활동 강화와 아동학대 문제 관리 등 어린이 안전을 최우선 치안행정 시책으로 선정했다. 스쿨존 260여곳에 교통단속 장비를 설치하거나 정비하고 아동학대 현장대응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광주시도 마찬가지다. 당장 초등학교 4곳을 대상으로 어린이보호구역 시작점과 해제지점을 노면에 표시하는 등 시설개선 사업을 시작한다. 경남도 자치경찰 1호 사업도 '집에서 학교까지 안전한 어린이 통학로 조성'이다. 경남도 자치경찰위은 지난 17일 경남도와 경남경찰청 경남도교육청 도로교통공단 등과 회의를 열고 어린이 통학로 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자치경찰의 시선이 시민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관행·선례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 = 자치경찰제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시·도는 부여된 권한이 부족하다고 불만이다. 법령이 모호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정체성과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역시 시·도의 간섭이 지나치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국가경찰 사무와 자치경찰 사무를 동시에 하는 경찰관을 어느 쪽으로 분류해야 할지를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인사나 수당지급 등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현장 경찰관들에게는 민감한 사안일 수 있다. 예산에 대한 지자체와 경찰의 시각도 다르다. 시·도간 재정격차가 치안격차로 나타나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은 "새로운 제도는 법령·조례에 따라 운영되지만, 이에 담을 수 없는 많은 사례는 관행을 통해 대응하고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시·도마다 지방자치와 분권강화 취지에 맞게 적합한 관행과 선례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일·윤여운·방국진·차염진·최세호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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