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 "AI 배차에 수익 줄고 시간 늘어"

2021-06-30 11:19:03 게재

라이더유니온, 시스템 검증 결과 발표

"시간 현실화, 배차 거절할 수 있게"

"가장 적합한 주문 신청과 순서를 배달기사에게 알려준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회사들이 인공지능(AI) 추천 배차를 소개하는 문구다. 하지만 막상 배달 노동자들은 "AI가 주는대로 100% 수락해 운행했더니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주행거리는 늘고 수익은 감소했다"고 말했다.

29일 배달노동자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동조합 교육장에서 '3개 플랫폼 사 AI 검증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달 7일부터 9일까지 플랫폼 3사의 배달 AI 알고리즘 효율성을 확인하기 위해 AI 배차를 100% 수락해 운행하거나, 선택적으로 택해서 배달하거나, 교통법규를 지키고 배달하는 방식으로 비교 체험한 결과를 밝혔다.

이 실험은 전국 8개 지역에서 12명의 배달 노동자가 참여해 진행했다.

실험에 참여한 한 노동자는 "100% 배차를 수락한 경우 자율적으로 선택한 것에 비해 주행거리는 증가했고 시간당 배달 건수와 수익은 감소했다"며 "반면 노동강도와 피로도는 증가해 AI 알고리즘은 족쇄가 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실험 결과 AI가 알려준 직선거리 4.3km는 실제 운행 결과 8.4km였고 15분 거리는 24분이 걸리기도 했다. 먼저 나온 음식 주문이 나중에 배차되기도 했다. 배차 수락률이 떨어지면 배달비가 마이너스 되거나 과도한 배차 거절 시 배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오기도 했다.

이에 비해 배차를 선택적으로 처리한 날은 노동자가 자신의 체력과 배달 스타일을 고려해 배차를 취소하거나 수락하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선택적으로 AI의 배차를 거절할 때는 배달계정이 정지당하거나 경고 메시지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참가자들은 밝혔다.

신호를 지키고 안전 속도 50km 이하로 운행한 날에는 배달 건수가 급격하게 줄고 소득 역시 하락했다. 배달 한 건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30분으로 늘었다.

실험 결과를 발표한 박수민 연구자는 "신호를 지킬수록 소득이 줄게 되는 것도 문제지만 AI 알고리즘이 효율적이지 않은데 AI를 거절했다고 패널티를 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번 실험은 소규모였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 참가자들은 플랫폼사에게 배달시간을 현실적으로 바꾸고, 시간 기준을 폐지하고, 안전 배달료를 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배차 거절에 따른 페널티의 폐지 또는 명확한 기준을 정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배달업계의 배달시간 제한 정책과 부당한 노동통제에 대한 규제를 요구했다.

유니온라이더 박정훈 위원장은 "교통신호를 어기는 사람에게 인센티브가 가는 시스템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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