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1가구 1주택은 진리인가

2021-07-01 12:04:23 게재
서울 은평구에 사는 70대 부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송파구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이 아파트는 시세 21억원이고, 전세 12억원에 세입자가 살고 있다. 하지만 결혼한 지 2년 된 30대 아들은 전세보증금 12억원을 제하고 9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내야 해 고민이다. 1가구 2주택의 이 노부부는 투기세력인가.

또 다른 사례. 수도권 외곽에 4억원대 아파트를 산 40대 부부는 거주 의무기간(실거주 2년, 보유 2년)이 끝나 집을 팔았다. 차익 3억원을 얻었다. 이 부부는 1주택이어서 양도세 면제를 받았다. 4년 만에 3억원을 벌었는데 세금 한푼 내지 않았고 다시 아파트를 사 1주택자가 됐다.

주택보유 형태는 개인마다 가족마다 다양하다. 하지만 정부는 1가구 1주택만 실수요로 보는 것 같다. 1주택에 집중된 각종 혜택을 보면 그렇다. 1주택에는 재산세 감면 조항이 있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가 대상인데, 이번에 9억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고액주택이 아니면 양도세가 없고, 종합부동산세도 상위 2%(공시가 약 11억원)가 아니면 내지 않아도 된다. 이미 1주택도 투자와 투기대상이 됐고 ‘똘똘한 한 채’를 완전한 실수요로만 보기 어렵다.

그러면 무주택자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는지 따져보자. 청약 1순위 자격과 청약가점에서 무주택 기간 1년 단위로 2점(최대 32점)을 받는 것이 전부다. 이 정도로는 서울에서 당첨되기도 어렵다. 청약시장에서 무주택자들은 부양가족수로 승부를 걸기 때문에 집없이 살아왔던 과거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에만 200만이 넘는 무주택가구가 있다. 1주택 혜택은 무주택자를 매수시장으로 몰아 부동산가격을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초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자금) 매수로 집값이 들썩인 것도 1주택의 유혹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무주택과 1주택의 경계가 너무 뚜렷하다 보니 청년층까지 주택 구매행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주택시장에 몰렸던 2030세대는 6개월도 안돼 코인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영혼의 힘을 빌려도 집을 살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정책을 디테일하게 짤 필요가 있다. 유주택자들은 좀더 세밀하게 구분해 규제와 혜택을 적용하고, 무주택자들이 매수시장으로 쏟아지는 것을 막을 방법도 찾아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년 전 도입했던 장기전세주택은 지금도 부동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굳이 주택을 사지 않아도 되는 무주택 가구가 매수시장에 몰리지 않도록, 정치적 입장을 떠나 공급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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