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세경 변호사 '계엄법 위반' 41년 만에 재심 통해 무죄 선고

2021-07-02 11:35:02 게재

지난 3월 검찰이 청구 … 법원 "계엄포고 무효"

1980년 계엄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고 박세경 변호사에 대해 법원이 41년 만에 무죄 판결을 했다.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확정 판결을 받았던 박 변호사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돼 이튿날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계엄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 영장제도와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다. 이를 어기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2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박 변호사는 박정희정권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화운동을 벌여왔다. 그는 1980년 5월 서울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집에서 불법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1980년 8월 구속기소됐다. 당시 박 변호사는 김 전 대통령 집에서 정치를 주제로 한 토론을 했는데, 군부는 이를 불법 집회로 간주했다.

계엄 하에서 민간인에 대한 1심 재판도 군사재판이었다.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박 변호사는 항소했지만 육군고등군법회의는 이를 기각했다. 1985년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역시 박 변호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박 변호사는 1996년 9월 별세했다.

이후 유신헌법이 무효, 위헌이라는 대법원의 2018년 판결 이후 관련 사건의 재심이 이어졌다. 검찰은 3월 25일 고 박 변호사의 재심을 법원에 청구했고, 법원은 4월 19일 재심 개시결정을 했다.

이날 재판부는 "장기간 최고 통수권자가 피살된 비상사태로 다소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해도 국내외 정치·사회 상황이 당시 계엄법이 정한 '군사상 필요한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신헌법과 계엄 조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계엄포고는 당초부터 위헌·무효이므로, 이를 위반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면서 "당시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이라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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