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된 이준석, 거침없는 도발로 '논쟁 확전'

2021-07-12 10:59:46 게재

여가·통일부 폐지 반대에 "정부기능 감시"

'역선택 논란' 김재원에 "화이트해커" 엄호

'논객 티 못 벗었나' '여당 반발 엉뚱' 엇갈려

취임 한 달이 지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당과의 논쟁에 불이 붙었다.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통일부 폐지론으로 이어가며 여권 인사들의 반발을 유도하더니 여당 경선에 참여한 당 최고위원을 적극 엄호하며 대놓고 여당을 도발하는 등 '확전'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대화하는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이 대표는 12일 "주말 내내 황당한 일들이 있었다. '작은정부론'에 따라 여가부와 통일부에 대한 폐지 필요성 언급을 하니 (더불어)민주당의 다양한 스피커들이 저렴한 언어와 인신공격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는 특임부처이고 생긴 지 20년이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그 특별임무에 대한 평가를 할 때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정부부처들의 문제를 야당에서 지적했더니 '젠더 감수성을 가지라'느니, '윤석열 총장 의혹을 덮으려고 한다'느니, '공부하라'느니, '통일을 위해서 뭘 했냐'느니 …. 이게 대한민국의 정당간의 정상적인 상호반론이냐"며 "최소한의 품격을 갖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대표는 당내 일부 대선주자들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지지, 여권과 여성계가 반발하자 통일부에 대해서도 같은 관점으로 폐지를 주장해 논쟁이 확산됐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경선 선거인단에 가입해 추미애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가 '역선택'이라는 여당의 거친 반발을 사고 있는 김재원 최고위원도 엄호했다.

이 대표는 "먼저 짚어야 할 점은 민주당이 국민선거인단을 과도하게 늘리기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너무 많은 스팸문자를 살포했다는 것"이라며 "제가 아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저에게도 참여문자를 많이 보낸 것으로 봐서 민주당 국회의원과 친소관계가 있는 일반국민들에게 선거인단 가입을 많이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이런 식의 홍보방식을 활용하면 일반국민 보다는 민주당 국회의원과 친소관계가 있는 국민이 많이 포집되어 보편적 민심과는 괴리된 결과가 나올 것이 자명하다"며 "반농담으로 말씀드리면 오히려 김 최고위원이 끼어있는 게 민심에 가까운 결과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는 "해커도 보안취약점을 털어서 해킹대상을 해하려는 의도가 있으면 블랙해커이고 보안결함을 미리 알려줘서 보완할 수 있게 하면 화이트 해커"라며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민주당 경선룰의 취약점을 알려준 김 최고위원은 누가 봐도 화이트 해커"라고 감쌌다.

그는 "두 가지 사건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호들갑, 그리고 철학적 빈곤"이라며 "집권여당이 이렇게 가볍게 이슈에 대응해서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들 사안이 논쟁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여가부 폐지는 조수진·윤희숙 등 여성 의원들이 이미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며, 통일부에 대해서도 권영세 의원이 "당혹스럽다"며 존치를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여당 경선참여 역시 마찬가지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가 지난 선거에서 역선택 문제를 그렇게 고민했는데 그것을 희화화시킨 것"이라며 "반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논객 티를 아직 벗지 못해 언행이 경솔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쪽 인사들의 반발이 초점을 잘못 잡으니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어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현안의 본질을 여당이 놓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내부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는 "당론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당이 건강하다는 뜻으로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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