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총장 징계취소 행정소송

심재철·이정현, 윤석열 전 총장에 날 세워

2021-07-20 12:27:49 게재

증인 출석 … 법관사찰문건·채널A사건 공방

현직 검사장들이 전직 검찰총장의 징계와 관련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날을 세웠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 취소 소송에 증인으로 나온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 이야기다.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2부(정용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총장의 징계취소 소송에는 두 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첫 정식 변론 기일인 19일 오후 윤 전 총장 측 이석웅 변호사(오른쪽)와 이완규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주요 사건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 징계 사유를 인정해 윤 전 총장의 징계를 결정했다. 특히 대검에서 작성한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은 큰 파장을 낳았다. 윤 전 총장 측은 당시 소송 수행을 위해 재판부 세평이나 경력 등을 파악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줄지 않았다. 소송 수행이 목적이라면 공판송무부가 작성·활용했어야 한다. 하지만 범죄자를 조사하고 예방하는 수사정보 부분에서 문건을 작성·배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법관 사찰문건' 작성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근무중이던 심 검사장은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무원으로서 (도리를) 했는가 봤을 때 총장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작심 발언을 퍼부었다.

심 검사장은 윤 전 총장 징계 당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제출했던 진술서에서 '법관 사찰문건'을 두고 "재판부를 회유·협박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공판 활동에 전혀 소용이 없는 내용이고 언론플레이를 할 때 쓸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라며 "재판부 비난 기사가 나오면 그 재판부는 신뢰성이 떨어지게 되고 타격을 많이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꼼수라는 이야기다. 다만 윤 전 총장 측이 이 문건을 실제 사용했는지를 묻자 심 검사장은 답하지 못했다.

법무부는 작년 2월 윤 전 총장이 재판부 사찰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가 있다며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고검은 올해 2월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했다.

심 검사장은 또 이 모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 수사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부장회의에 지휘권을 위임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윤 전 총장은 작년 2∼4월 (한 검사장과) 2700건 통화를 했다"며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지휘를 회피하고 엄정하게 감찰과 조사를 하도록 지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증인으로 나온 이 검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채널A 사건' 수사 과정에 윤 전 검찰총장의 지연·방해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검찰 고위간부가) 특정 방송사의 기자와 유착했다는 보도였는데 (윤 전 총장이)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한 게 이해가 안 됐다"고 밝혔다. 당시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이 윤 전 총장에게 감찰 개시를 보고했지만 윤 전 총장이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 사건을 맡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검사장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근무했다.

이 검사장은 "채널A와 이동재를 압수수색 했는데 이동재가 이미 핸드폰을 그 무렵 폐기해 깡통 핸드폰과 노트북을 압수했다"며 "수사 중에도 대검발로 비판적인 보도가 많이 나와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차원에서 언론을 동원한 외압을 의심한 대목이다. 그는 이어 "(채널A) 사건이 한 면만 수사돼 실체가 밝혀지기 어렵다"며 "(한동훈 검사장이) 무고하다고 입장을 피력하고 있으니 (휴대전화 비밀번호 등) 수사에 협조해 정리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30일 변론기일을 열고 재판을 이어간다. 다음 재판에는 채널A 사건 수사 당시 대검 형사1과장을 지낸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가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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