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폭염'에 모처럼 바빠진 유통가

'주문 다음날 배송' 불황 모르는 피서용품

2021-07-27 11:15:03 게재

창문형에어컨 등 냉방가전 판매 75% 급증 … 배달커피 5배 늘고 빙과업계도 모처럼 신바람

코로나19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유통가가 모처럼 바빠졌다.

당장 배달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피서용품 온라인판매는 폭염만큼 뜨겁다. 냉방가전이나 물놀이용품은 주문한 다음날 오지 않으면 거들떠 보지 않을 정도다. 배달 가능 커피매장은 '호떡집에 불난 듯' 주문이 몰리고 있다. 제철맞은 빙과류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공장은 모처럼 풀 가동을 할 판이다. 폭염이 반가운 유통가다.

장보기 앱 마켓컬리는 12일부터 21일까지 폭염 10일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냉방가전 물놀이용품 빙수용품 등 피서관련 상품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기간 연일 30도를 훌쩍 넘는 온도를 기록하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고온 현상으로 인해 이번달 12일부터 21일까지 냉방가전의 판매량은 직전 같은 기간(2일부터 11일)보다 75%나 증가했다"면서 "냉방가전 중 가장 높은 판매량 증가를 보인 상품은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사진 왼쪽)으로 주문량이 472%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창문형 에어컨은 일반 에어컨과 달리 별도 설치일을 정할 필요가 없고 주문 다음날 배송받아 직접 설치하면 되는 간편함 때문에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마켓컬리는 분석했다.

에어컨과 함께 사용하면 냉방력을 높여주는 서큘레이터 판매량도 79% 늘었다.

방학을 집에서 보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용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베란다나 거실 등 집에서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휴대용 풀장 판매량은 이 기간 204%나 증가했다. 마케컬리에선 가로 220cm, 세로 150cm, 높이 60cm 공간으로 아이들이 충분히 놀 수 있는 '인텍스' 패밀리 프레임풀이 가장 많이 팔렸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빙수관련 제품 인기도 치솟았다. 빙수용품 판매량도 이 기간 70% 증가했다. 얼음을 갈아내는 빙삭기, 빙수기 판매량이 71% 늘었고 단팥 인절미 달고나 망고다이스 등 빙수와 곁들어 먹는 토핑 판매량도 73% 늘었다. 요거트 망고 녹차 초코 등 재료를 넣어 빙수기에 갈아주기만 하면 되는 아이스블럭 제품 판매량도 40%가량 증가했다.

아이스 커피 등 찬 음료 배달수요도 폭증했다.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투썸플레이스 배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늘었을 정도다. 옥수수바 팝콘 빙수, 베리바 망고 빙수 등 빙수 제품과 여름철 음료(사진 오른쪽)는 대부분 배달 주문이 들어온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무더위 탓에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배달서비스를 활용해 원하는 장소에서 매장과 똑같은 여름철 음료수를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빙과업체도 모처럼 신바람이 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 이 늘고 이른 폭염이 겹치면서 아이스크림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업계 1·2위를 다투는 롯데제과와 빙그레의 이달 1∼16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출이 급감하면서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도 잦고 기온도 낮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핸 폭염으로 매출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아이스크림 업계 가장 큰 경쟁자는 카페에서 사 먹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아이스 커피류였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폭염으로 외출을 못하자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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