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원 표기 삭제' 반발 확산

2021-07-30 11:48:48 게재

소비자단체 "건강·알권리 무시"

SNS 통해 법안 재검토 촉구

판매-제조사 갈등 유발 우려도

'화장품 제조원 표기 삭제' 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 건강과 알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화장품 판매업체와 위탁 제조업체(ODM) 사이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어 '해묵은 갈등'마저 키울 판이다.

29일 국회와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제조원 표기 삭제를 뼈대로 하는 '화장품법 개정안' 국회 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개정안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화장품 분야 주요 수탁 제조사 독점이 발생하거나 해외 업자들이 유사품 제조를 의뢰해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화장품 제조업자에 대한 정보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화장품법에 따르면 제품 용기에 책임판매업자(화장품 브랜드)와 화장품을 위탁생산하는 제조업자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선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화장품 제조원표기 유지' '화장품법개정안 전면재검토' '안심하고 화장품구매 ' '제조원확인 소비자 알권리' 등 해시태그(꼬리표)를 달며 법안에 반대하는 릴레이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릴레이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은지현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식품부터 장난감, 생활용품 등 모든 제품에 표시된 제조원을 왜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에서만 삭제하려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소비자 건강과 알권리를 무시하고 기업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개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과 기업 요구만으로 기존에 있던 표시사항을 삭제해 표기의무 범위를 축소시켜 버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도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법안 발의 당시 입장문을 내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 물티슈 독성물질 검출 사건 등으로 2018년부터 제품 표시 사항에 대한 각종 조치들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화장품법 개정안은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화장품 제조업체와 판매업체간 해묵은 갈등도 재연될 조짐이다.

제조원 표기 논란은 대한화장품협회가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제조원을 빼고 제조판매원만 표기하는 개정안을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화장품업계 내부에서조차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그간 발의된 법안들은 자동폐기됐다.

판매업체는 "유사품 제조로 K화장품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조업체들은 "표기를 삭제하면 오히려 'K뷰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데 제조사를 표기하지 않으면 판매업자들은 값싼 제조사를 찾고 제조사들은 원가 절감 외에 다른 연구·개발 투자를 미루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제조원 표기삭제 추진엔 화장품 대기업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식약처가 관할하는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등은 모두 법령에 근거해 제조사를 적시하는데 화장품만 제외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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